김광선 목사 (성결대 교수 )

어떤 회의나 그 회의를 개회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려면 정족수가 되어야 한다. 특별히 규정된 것이 없으면 개회를 할 수 있는 의사정족수는 재적 과반수이며, 의결정족수는 출석 과반수인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교단 헌장은 의사정족수에 관하여 위임한 회원도 출석회원으로 간주하되 당회가 조직된 교회의 직원회는 출석회원으로 개회할 수 있고, 사무년회는 당회조직여부와 관계없이 출석회원으로 개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장에는 사무년회를 소집하려면 2주일 전 대예배시에 공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직원회에 대해서는 매월 또는 격월 등으로 그 회의시기가 예고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다 할지라도 적어도 1주일 전 주보에 공고하는 것이 좋다. 

회의를 진행할 때는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는 물론 회의단체의 성격에 따라 자문을 요하는 것인지, 심의 또는 의결을 요하는 것인지를 미리 알려서 오해가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자문은 자문의 절차를 밟고 안 밟고는 물론 자문을 받을 경우 그 자문에 따라야 되는지 여부도 그 기관장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고, 심의는 그 심의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그 심의에 따라야 되는지 여부는 재량에 속하는 것이며, 결의는 의결절차를 밟아야 함은 물론 그 결의에 따라야 되는 것이 원칙이다. 당회와 사무년회가 결의기구라면, 직원회 등은 심의기구나 자문기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자문이나 심의의 경우 회의 전에 그 성격을 달리 규정할 수 있지만, 이를 명확히 함으로써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회의에는 심의사항이나 결의사항만 다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건의사항이나 회의진행발언 등 다양하게 의견들이 올라오기 때문에 회의진행자는 잘 분별하여 처리해야 한다.

심의사항이나 결의사항에 해당되는 안건에 한하여 동의와 재청을 받고 표결에 붙여야 하는데, 그 순서는 동의와 재청을 받은 순서에 따르는 것이 좋다. 회의에서 부결된 안건에 대하여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그 회의에서 다시 안건으로 채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면 이러한 원칙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표결방법도 표결하기 전에 거수로 할 것인지 무기명으로 할 것인지, 기권 내지 무효표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정한 후에 표결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이러한 것들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회의에서 이의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성경에서 선한 자는 오직 한 분 하나님밖에 없다고 하였다. 사람은 선한 성품의 사람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본래 죄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한 사람이 모든 권한을 가지게 되면 그 권한을 남용하기 쉽다. 그럼에도 오늘날 기독교계에서 마저 알게 모르게 자기자리나 말을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하나님 말씀의 대언자로 세웠기 때문에 자기생각이 옳으면 그것이 마치 하나님의 뜻으로 여기는 오해(?)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은 하나님이 될 수 없다. 다만 사도 바울처럼 날마다 자신을 부인하고 자기의 뜻을 버리며 하나님의 뜻을 좇는 삶이 필요할 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군주 한 사람이 지배하였던 인치(人治)국가에서 국민 다수가 지배하는 법치(法治)국가로 바뀌었다. 한 사람의 생각보다는 여러 사람의 생각이 그래도 옳고, 최선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회의가 필요하게 되었고, 선거나 투표도, 그리고 대표자를 세우는 일도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 사람의 선한 말이 옳을 수도 있고, 다수결이라고 해서 모두 진리와 최선은 아니라는데 있다. 예수님에 대한 십자가처형에 대하여 빌라도가 그 아내의 선한 말은 듣지 않고, 대제사장과 장로들에 의해 선동된 다수의 말을 듣고 재판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교회에서의 각종 회의를 할 때 다수결로 처리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중론은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정치적으로 형성된 다수가 인본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한 하나님과 교회를 위한 결정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빌라도의 아내와 같은 사람이 필요하고, 회의를 주재하는 자가 하나님과 교회 입장에서 바른 판단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