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구세주 예수님의 생애 가운데 최대의 고난을 받으신 고난주간이 다가온다. 원래 흉악한 죄인을 처형하는 형틀이었던 십자가가 예수님께서 대속의 제물로 죽임을 당하신 이후부터 십자가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 되었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사람마다 십자가를 대하는 자세는 사뭇 다르다.

믿는 자들 중에도 억지로 십자가를 지는 사람이 있다. 절기를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올라 왔던 구레네 사람 시몬은 예수님 대신에 십자가를 “억지로” 지고 갔다. 로마 군인들에 의해 마지못해 십자가를 졌던 것이다. 이날 시몬에게는 원치 않았던 십자가이었으며 빨리 벗고 싶은 불편한 짐이었듯 오늘 우리들은 “억지로”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은 아닐까? 이리 저리 핑계하다가 더 버티면 어쩐지 뒤끝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은 아닐까? 그런가 하면 마취제를 거절한 십자가가 있다.

“내가 목마르다!”는 예수님의 외침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삶에는 목마름과 고통이 따른다. 갈증이 나고 힘이 든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고통과 갈증을 면하기 위해 마취제 성분이 있는 쓸개 탄 즙을 거절하셨다. 우리가 양보하면서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품고 섬기려 하면 어찌 고통과 목마름이 없겠는가?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도 피곤해지는 순간이 있으며 심한 좌절을 겪기도 한다. 우리는 십자가의 목마름을 성스러운 목마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저런 목마름을 십자가를 생각하면서 기쁨으로 감당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죽어야 사는 십자가가 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향해 “십자가에서 내려오면 믿겠다.”고 하였으나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내려오실 수가 없었다. 아니 내려오지 않으셨다. 우리들의 구원을 “다 이루었다”고 선언할 때 까지, 죄로 인해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없도록 막고 있던 휘장을 하나님께서 친히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버리심으로 구원의 새롭고 산 길을 여시기까지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내려올 수 없으셨던 것이다.

예수님은 죽어서야 십자가에서 내려 오셨다. 온 인류의 죄 값을 대신 지시고 우리가 받아야 할 모든 저주를 받은 뒤에야 십자가에서 내려 오셨다. 우리의 구원을 완성한 뒤에야 내려 오셨다. 그런데 그 주님을 따르노라고 자처하는 우리는 아직 죽지 못했다. 그래서 조금만 마음이 상해도 분노가 치밀고 내 눈물은 주님을 위한 눈물이 아니라 내 생각, 내 뜻대로 안 된다고 속상해서 흘리는 눈물이니 이제 우리들의 이런 못난 마음마저도 십자가에 못 박고 주님을 따라야 하겠다.

그렇다고 십자가가 다 힘 든 것만은 아니다. 우리 믿는 자들에게는 인생 최대, 최고의 자랑거리이다. 그래서 위대한 전도자 바울은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라고 하였다. 저 하늘의 영광스러운 보좌를 포기하고 이 땅에 오셔서 우리를 위해 고난을 당하신 주님의 십자가는 우리가 평생 자랑해도 다 못할 자랑거리다. 우리를 살리시려 내 대신 죽임을 당하신 예수님을 자랑하자. 이 고난주간에 주님이 당하신 그 고난을 묵상함과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모든 사람들에게 자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