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철 교수 [성결대 설교학]

한국교회에서 목회의 생명은 설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평이동이 활발한 현재 한국교회에서 교회를 옮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삼분의 일 정도가 담임목회자의 설교를 교회선택의 요인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백년의 한국교회 역사에 있어 설교는 모든 교회사역 즉 목회의 가장 중심에 있어왔고 교회의 강력한 추진력이었다. 교회는 설교를 통해 놀랍게 성장했다. 특별히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교회는 설교를 통해 회중을 격려하고 국가를 위해 기도했다. 물론 목회가 대단히 포괄적이어서 설교라는 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어지진 않지만 에드워드 투르나이젠이 목회를 “개개인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설교가 목회의 중요한 기능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목회에서 설교가 만능이 되어 버리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목회자 중심의 교회구조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무리 은혜롭고 능력이 있는 설교라도 공동체 안에서 그 말씀이 나누어지고 그것이 개인의 생활에 적용되어질 때 영향력이 나타난다. 설교만 있고 말씀을 나누고 적용하는 목회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면 말씀의 누수현상만 심화될 것이다. 이런 문제는 교회규모가 클수록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익명성을 가지고 숨을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의 좋은 설교가 사람을 불러 모을 수는 있지만 교회공동체, 서로의 돌봄이 어우러지는 목회적 공동체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설교에 대한 논의에서 목회적인 관점이 배제된 채 단지 설교자가 메시지로 어떻게 회중을 감동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만 다루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 오늘 한국교회 강단의 설교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공동체적 신앙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하나님을 이야기하면서도 사람들을 구원하시고 도우시는 하나님만 강조하다보니 모든 관심이 인간에게 집중된다는 누군가의 지적은 매우 정당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개인주의적 신앙은 믿음을 하나님과 인간 개인과의 관계로만 생각하는 경향을 띠고 이런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인본주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회중의 변화는 설교를 들은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개인적인 결단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회중의 영적 변화와 거룩한 공동체의 세움은 그러한 개인적인 결단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완성 과정에 공동체의 개입이 반드시 요구된다. 예를 들어 설교자의 주일 오전 설교 내용으로 성경공부 교재를 만들어 셀 모임이나 기관 모임 시 활용한다면 한번 듣고 지나가는 말씀이 아니라 반복해서 묵상할 수 있게 된다. 설교를 마친 후 바로 다음 순서로 연결하지 말고 5분 정도 시간을 내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거나 방금 전 들은 말씀을 메모하고 적용점을 정리하게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실제로 제자들이 섬기는 몇 교회에서 실시했던 방법으로 기대했던 것 이상의 좋은 결과가 나타난 사례는 오전에는 대지설교를 하고 오후에는 오전 설교에 대한 적용점을 설교자와 회중이 함께 찾아가는 적용설교를 한 것이다. 게다가 금요일에 지난주일 적용점을 되새기며 말씀대로 살아냈을 때 받은 은혜를 나누거나 그렇게 살지 못했던 사정을 나눌 수 있다면 교회전체가 말씀을 살아내는 능력과 은혜를 경험할 뿐 아니라 말씀대로 살지 못하게 되었던 형편을 놓고 그 개인만 아니라 공동체가 보다 실제적이고 깊은 기도에 참여할 수 있다.
워싱턴 한인교회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생각하게 되고, 씨름하게 되는 문제를 다룬 책이나 영화를 선정(예: 2006년 『다빈치코드』, 2007년 『밀양』, 2009년 『엄마를 부탁해』, 2010년 『오두막』 등) 설교자는 물론 온 회중이 일정기간 정독하거나 시청한 후, 읽거나 보면서 마주치는 질문들을 기록하고 생각하게 하였다. 거의 한 달간 가족과 함께 읽거나 보고, 셀 또는 기관에서 소그룹으로 대화하게 한 후 이에 대한 연속설교를 실시했고 후속프로그램으로 여름 수련회를 연결했다. 소개한 이런 방법들을 통해 개인이 한번 듣고 지나가는 말씀이 아니라 받은 말씀을 회중과 함께 두 번, 세 번 듣고 묵상하고 적용함으로 그 말씀이 회중을 지배하는 말씀사건, 공동체의 말씀경험이 되도록 한다면 그 유익은 회중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물론 공동체로서의 교회 전체에 미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