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석 목사 [은현교회]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에는 가끔 어이없는 장면이 목격됩니다. 그것은 강력한 날개와 발톱을 자랑하는 독수리가 폭포 밑으로 추락해 박살나는 장면입니다. 나이아가라로 향하는 강의 지류에 가끔 죽은 양이 얼어붙은 얼음덩어리가 떠내려가는데 독수리들은 그 먹잇감을 놓치지 않고 달려듭니다. 얼음사이에 묻힌 양의 털에 예리한 발톱을 깊숙이 박고 양고기를 뜯어 먹습니다.

독수리가 죽은 양의 살코기에 탐닉할 즈음, 거대한 물줄기가 천 길 낭떠러지 나이아가라 폭포로 떨어지는 굉음이 들여옵니다. 독수리는 그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남은 살점까지 모두 먹어 치운 후, 강력한 날개를 펴서 창공으로 날아오르게 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달콤한 파티가 끝나고 얼음덩이 위에는 짐승의 뼈만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포만감을 느끼며 독수리는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위해 날개를 활짝 펴고 힘을 줍니다. 그런데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양의 털에 깊숙이 박힌 발톱이 얼어붙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날개를 퍼드덕 대다가 양의 시체와 함께 폭포에 추락해 산산조각이 나고 맙니다. 날개는 정상에 오르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때론 파멸을 가져오는 흉기입니다.

5월 교단 총회 전 후 우리교단은 새로운 리더십이 세워졌습니다. 교단을 이끌 총회장과 임원들, 학교와 재단의 이사장, 교단 대학원 원장 등이 그들입니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남모르는 수고와 어려움이 있었겠습니다만, 탁월한 리더십으로 교단과 학교 발전에 일조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첫째, 구동존이(求同存異)의 리더십
신임총회장은 “정체와 퇴보의 역사를
 화해와 탕평책으로 고리 끊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구동존이의 리더십입니다. 구동존이는 ‘다른 것은 일단 미뤄두고 같은 것을 찾아 함께 한다.’는 사자성어로 중국의 주은래 총리가 미국과 관계개선을 모색하면서 내건 정치외교 정책입니다. 미국과 체제가 다르고 이념이 다르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같은 것을 추구하여 국가 이익을 가져오게 하자는 정책으로 결국 구동존이 정신은 서방의 자본과 기술을 중국으로 불러오게 했고 눈부신 국가성장을 가져온 개혁개방의 단초가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교단은 교단분열의 아픔을 겪으면서 서너 개의 계보가 형성되어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립하여 각을 세우고 견제하며 갈등하는 때도 있지만 추구하는 목표는 같습니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발판을 딛고 교단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성결복음을 땅 끝까지 미치게 하는 목표는 하나입니다.

모든 성결인으로 하여금 성결교회 신자인 것, 성결교회 목회자인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하는 풍토를 조성하려는 목표에는 모두가 한마음입니다. 우리의 존재이유가 되는 하나님의 기쁨이 되려하는 목표에도 모두 한 뜻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강조되는 것이 바로 구동존이 사상입니다. 닮은꼴을 찾으려 애쓰는 지도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계보의 틀에 갇혀 유능한 이들이 묻혀 있는 것은 교단 발전에 유익하지 않습니다. 유능하다 싶으면 남의 쪽에 서 있어도 끌어 올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이익을 위한 일이라면 탈법, 불법을 서슴지 않고 행하던 관행은 사라져야 합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독선도 끝나야 합니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의 날개 짓이 필요했을까요? 그러나 추락하지 않으려면 더 많은 날갯짓이 필요합니다. 그 첫 번째 날개 짓이 구동존이의 날갯짓이여야 합니다. 정상에서의 시간은 무척 짧습니다. 1년, 길어야 4년입니다. 거기서 비하면 목회자로서의 여정, 더구나 인생 여정은 훨씬 길고 의미가 있습니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박수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중요한 것은 정상에 내려와서도 여전히 목회자로서의 향기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왕년의 영화는 안개처럼 헛된 것, 그것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납니다. 달콤한 것은 찰나의 미각에 불과합니다. 짧은 임기 동안 날갯짓 잘못하여 목회자의 향기를 잃고 추락하는 이들을 우리는 마음 아프게 보고 있습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