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기 목사 [성결대학교 교수]

오늘날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인간에 관해서 많은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난날 어느 시대보다도 인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 대답 할 것을 갖지 못하고 있다. 독일이 낳은 천재적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물음>이라는 시를 썼다. 그것은 시인 자신만의 인생에 대한 물음이 라기 보다는 우리들 자신의 「인생의 물음」이다.

“바닷가 거친 밤의 바다에 젊은이가 홀로 서 있다.
가슴은 우주로 가득차고 머리는 회의에 잠겼으며
어두운 어조로 그는 파도를 향하여 묻는다.
‘인생의 수수께끼를 풀어다오. 아주 오래고 오랜 그 수수께끼를’
파도야 가르쳐 다오.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인간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중략)

형이상학적 욕구를 지닌 우리 인간은 때로는 신화적인 형태로 때로는 종교적인 형태로 이 물음을 안고 살아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과의 사이에 있다는 「인간」이란 글자가 의미하듯이 이 말은 관계 개념이다. 무엇과 관계 지어 생각하지 않고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풀리지 않는다.
인간은 아래와 같은 다양한 실존차원들이 주어져 있다.

첫째, 인간과 동물을 비교할 때 인간은 신체적이고 물질적인 생물이다. 인간의 육체와 체질을 다루는 인간학은 생물학의 일부분으로서 이미 오래전에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여기서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보면 불완전한 생물이지만 문화를 창조하는 생물이다. 인간은 생물학적 생명의 공동체에 소속해 있으며 물질세계에 에워싸여 있고 생존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런 인간에 관한 생물학은 인간의 자유, 세계와 신을 향한 개방 그리고 영적 초월을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생태학적 체질학적인 면을 연구하는 생물학적 인간학이 있게 된다.

둘째,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인간은 정신적이고 인격적인 문화적 존재이다. 가지각색의 인격의 공동체들 (결혼, 가정, 씨족, 국민, 국가, 국제연합 등)을 이루고 살며 역사를 가진 존재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온 여러 다른 세계는 하나의 연관된 세계에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의 연관된 세계사에 들어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공통된 운명 속에 있다. 따라서 인류의 문화사를 체계화하려는 문화 인류학이 있게 된다.

셋째, 신의 부름을 받을 때 인간은 종교적이고 신 본위의 존재이다. 신의 사랑에 의해서 멸망으로부터 구원하는 역사 속에서 인간은 살고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종교적 질문을  인간과 신과의 비교에서 우리가 종교적 경험이라고 일컫는 경험들에서 일어난다. 특별한 사람들의 독특한 경험이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에서 대부분 꺼리는 심연의 경험이다. 이에 따라서 종교적 인간학이 있게 된다.

오늘날에 와서 우리의 문명이, 인간을 더욱 비인간화로 재촉하는 세계 역사의 파국적인 악순환은 인간을 더욱 더 간절하게 질문하도록 촉구한다. 그런데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관계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지 사색을 통해 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인격체와의 대화를 통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만나야 하고 인간은 피조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를 섬기며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기며 살아야겠다고 철저히 깨닫고 느끼게 되어서 하나님을 섬기려고 애를 써야 비로소 잘 섬기지 못한 죄를 알게 된다.

그런 후에야 기독교 진리의 핵심인 속죄, 구원, 영생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되는 것이며, 진정 인생의 물음에 응답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