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수 장로 [성결대학교 교수, 경제학 박사]

차단봉은 “차나 사람이 지나다니지 못하게 가로질러놓은 막대기를 의미하는 북한말”이다(DAUM 사전). 우리 성결대학교 구내는 물론 우리나라 도시지역 대부분의 차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이 차단봉을 공항 외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래 그런지 가끔 이 차단봉을 보면서 왜 저게 저기에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대부분 차단봉은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치하게 된다. 운전자나 보행자가 착각하지 않도록 경계심을 부여하여 질서를 잡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차단봉은 이러한 본질적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측정할 수 있는 간접적 지표도 될 수 있다.

예컨대 성결대학교 교내의 주차장 주변에 있는 차단봉은 거의 불필요한 것이다. 주차할 공간이 없으면 주차할 공간이 있는 곳으로 차를 이동시켜 주차를 하고 걸어오면 되는데 자신의 편함(이기심) 때문에 주차공간이 아닌 곳에 주차를 하게 되고 이를 방지하려니 차단봉을 설치한 것이다. 고속도로나 일반도로의 접속도로에 무질서한 끼어들기를 막기 위해 설치된 차단봉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끼어들기 하는 운전자가 다른 사람의 눈에 자신이 얼마나 야만적인 인간으로 보일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마치 장관후보자 청문회에서 위장전입한 사실이 드러난 장관후보자를 국민이 얼마나 하찮게 인간 이하로 보는지 당사자, 임명자는 상관하지 않듯이. 

불필요한 차단봉은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을 증대시킨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원인자 부담원칙이 통하지 않는다. 결국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발생시킨 사회적 비용을 질서를 지키는 다수가 부담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이러한 모순은 사회 질서를 무력화시키고 공권력을 무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모순이 누적되면 궁극적으로는 아노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사회 전체의 아노미현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집행이 공정하고 엄격해야 한다. 공정하고 엄격한 공권력 집행이 되기 위해서는 집행자가 자신부터 준법에 철저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만약 위장전입을 한 범법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면 국민들이 그 장관과 그를 임명한 대통령을 인간 이하의 철면피로 생각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그런데 집행자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범법사실에 대해 눈감아 준다든가 공권력 집행을 포기한다면 그 대가(높아진 사회적 비용)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주차금지구역에 주차된 차는 불법주차 딱지를 붙여서 공권력을 집행해야 하는데 그냥 놔두면 결국 준법의식이 약해지고 그래서 차단봉을 설치해야 하고 종국에는 이 모두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키는 불법적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불법이나 무질서가 사회적 비용을 높이고 국가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연구는 하버드대학의 퍼트남(R. Putnam) 교수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개념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만약 시민의 준법성이나 질서의식이 철저하면 대부분의 차단봉은 필요치 않게 된다. 물론 차단봉을 설치하지 않으면 차단봉 생산업자는 수입에 차질이 있을 수 있지만 사회적 편익(social benefit)은 증가한다. 궁극적으로는 과잉공급되었던 차단봉 생산업자는 다른 생업을 찾을 것이고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만큼만 생산된 차단봉은 그 본래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매우 단순한 가정이지만 일시적으로 불안정했던 차단봉 시장도 안정을 찾아가게 된다. 이 시장의 안정은 여타 부문에도 시너지 효과를 유발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질서나 준법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시민사회를 건강하고 안정적이게 하며 시민행복지수를 높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단봉, 없어도 될 곳에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준법정신이 무너진 곳이라고 보면 된다. 범법자가 장관이 되면 곧 대한민국이 무너진다고 보면 된다. 우리 성결교단, 차단봉 없어도 되는 교회인가, 있어야 하는 교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