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요섭 교수 [성결대학교 기독교상담학]

현대인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 많고, 동시다발적으로 기억해 내야 할 것들이 많다. 이것은 삶의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어서 지난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 없고, 암기했던 것들도 서서히 기억에서 사라져 망각 또는 잘 생각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사실 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망각 증상이 심해지만 이른바 ‘건망증’(amnesia)이라는 일종의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볍게는 지갑이나 자동차 열쇠 등을 조금 전까지도 손에 쥐고 있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할 수 없는 것에서부터 친구와의 약속을 잊거나, 우산을 가지고 나갔다가 비가 그치면 우산을 어딘가에 두고 집에 들어가는 경우들은 우리 생활에서 매우 흔히 발견되는 건망증이다.

기억의 인출에 실패(건망증)하는 몇 가지 요인 가운데 하나는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물을 볼 때 단서가 생각나면 “아 참!” 그러면서 잊었던 무엇인가가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아! 하! 경험” 빈번해지면 인출은 점점 더 쉬워진다. 암기를 잘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를 기억할 때 기억을 해 낼 수 있는 단서를 붙이는 것이다. 이를테면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갈 때 메모지를 신발 속에 넣어두면 신을 신을 때 단서를 얻게 된다.

요즘은 교회에서 예배시간을 알리는 종을 치는 일이 없지만, 예전에는 예배시간 전에 종을 치거나 차임벨을 울리던 때가 있었다. 수요일 저녁의 경우에 평상시처럼 생활하다보면 오늘이 화요일인지, 수요일인지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억에 단서를 제공하기 위해서 종을 치거나 차임벨을 울리면 “아 참! 오늘 수요일이지!” 하면서 예배시간을 기억하여 교회에 가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되는 건망증은, 잊어서는 안 되는 참으로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성경은 우리의 생활에서 나타나는 망각, 건망증에는 관심이 없다. 지식적으로 몇 가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말씀이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님의 관심은 하나님을 잊어버리는 것에 대해서 매우 엄히 책망하고 있다.

하나님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것, 하나님의 능력을 잊어버리는 것, 하나님의 심판을 잊어버리는 것, 하나님의 사랑을 잊어버리는 것… 이것에 대해서 하나님은 간과하지 않으신다는 말씀이 성경 곳곳에 기록되었다.

신명기 4장 9절에는 “오직 너는 스스로 삼가며 네 마음을 힘써 지키라 두렵건대 네가 그 목도한 일을 잊어버릴까 하노라 두렵건대 네 생존하는 날 동안에 그 일들이 네 마음에서 떠날까 하노라 너는 그 일들을 네 아들들과 네 손자들에게 알게 하라!”고 했다.

하나님의 존재와 하나님의 능력이 잊혀지지 않도록 경고하고 있다. 특히 신명기 8장에 보면 돈 생겼다고, 배부르다고, 권력 잡았다고, 계급 높아졌다고 교만하여 하나님 잊을까 두렵다는 말씀이다. 간혹 우리들은 “고난당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하나님을 잊고 사는 사람에게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알릴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써 고난을 주시는 경우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모든 고난이 다 이런 것은 아니지만 고난당하면 이걸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에 대한 망각은 하나님을 매우 서운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성경의 역사는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이기도 한데 이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대표로 선발하여 하나님의 진노와 사랑을 나타낸 역사라고 하겠다. 여기에는 몇 가지 순환 원리가 있는데 그것 구원-사랑-망각-하나님의 진노-구원이 반복된다. 즉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신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베풀어진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망각하고 우상을 만들고 배신을 하게 된다. 그에 대하여 하나님의 진노가 나타난다. 그들은 회개하고 돌아온다. 다시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 은혜와 구원이 베풀어진다. 그들은 또 망각하고 배신한다. 또 하나님의 진노가 나타난다. 이런 순환 노선이 반복된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의 건강에 그분의 축복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음식 주신 것에 그분의 은혜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좋은 일 생긴 것에 그분의 사랑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지라도 그분의 인도하심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일에 그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