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근 목사  [육군본부 군종실]
 
요즘 군대에서 군목들이 그리스도인 장병을 중심으로 선샤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군복무 중 고난, 어려움, 힘듦이 있는 전우를 돕는 좋은 군사가 되게 하며 병영 내 악습과 구습의 관행을 기독장병들이 개선한다는 취지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강도 만난 나그네처럼 갑자기 어려움을 당하는 자가 있다. 우리가 주님의 좋은 제자가 된다는 것은 상처 입은 우리의 이웃을 사랑으로 돌보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을 말한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도대체 누가 진정한 이웃인가 흔히들 제사장이나 레위인이 강도 만난 나그네를 그냥 스쳐 지나갔던 것은 성전에서 제사를 드리기 위하여 죽은 시체를 만져서 안 된다는 율법 지식과 종교적 책임 때문에 거의 죽게 된 사람을 만져서도 안 되고 돌보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지나갔던 것이다.

이것은 예수님께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 질문을 던졌던 율법사와도 관계된다. 바로 율법적인 족쇄에 매달려 선을 분명히 실천해야 할 자리를 피하는 율법사 자신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유대 율법주의자들의 위선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사마리아인은 역사적으로나 민족적인 감정으로 볼 때 도저히 강도 만난 나그네를 도와줄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비를 실천했던 사람이다. 그런 모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 깊은 곳에 강도 만난 나그네를 불쌍히 여기는 사랑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 조건 없이 자비를 베풀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사마리아인의 선행은 선과 자비를 실천하는 일에는 종교적, 인종적, 민족적, 계층적 장벽을 모두 뛰어 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한 율법사와 예수님 사이에 있었던 대화에서 나온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율법사는 적어도 율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많이 알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기가 알고 있던 율법 지식을 자랑하기 위하여 영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율법적인 지식에 관해서는, 그리고 누가 내 이웃인지에 대해서는 율법사나 예수님과의 사이에는 아무런 의견의 차이가 없다.

한 가지가 차이가 있다면 율법사는 구약 율법에 기록되어 있는바 영생을 얻기 위한 지식과 세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상처 입은 나그네의 진정한 이웃인가에 대해서는 바로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선한 이웃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본문 말씀은 우리가 아무리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기 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선한 사마리아인은 우리가 아니라 바로 예수 그리스도인 것이다. 예수님은 아무 조건 없이 자비와 사랑과 긍휼로 상처 입은 우리를 돌보아주신다. 예수님은 상처 입은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시고 상처 부위를 싸매 주시고 치료하시고 우리의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시는 분이시다. 그리고 나아가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셔서 오늘도 상처 입은 우리를 도와주실 뿐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당신과 똑같이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도록 초청하고 계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아무리 고상해도 그것을 시간과 물질과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희생해서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기 전까지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상처입고 고통 받는 이웃들의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자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