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달 교수 [성결대학교]

2014년 크리스마스가 가까이 다가왔다. 매년 한 해를 보내기 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일까? 그동안 열심히 잘 살아 준 자신을 다독이고 한 해를 만족스럽게 마무리하며 마음에 두었던 책과 영화를 보거나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시간이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의 합성어로,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미사'를 의미한다. 현재는 종교적인 의미를 초월하여 문화적인 행사로 변질하여 나라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모양도 다채롭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물건을 쇼핑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선물을 사기도 한다. 또한, 그동안 분주했던 생활을 조금은 뒤로 한 채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고 여행을 하거나 크리스마스 예배에 참석한다. 그래서 이 시기는 일 년 중 가장 사랑이 넘치는 훈훈한 때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면서 사람들은 축하 장식들을 집 안팎에 꾸며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동시에 자신만의 특별한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미국 산업·경제·문화의 중심 뉴욕은 크리스마스 분위기 또한 세계적이고 더욱 로맨틱하여 많은 연인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라커펠러 센터 앞의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는 크리스마스시즌 뉴욕의 상징이 되어왔다. NBC에서 생중계하는 화려한 점등식에서는 30미터 높이의 진짜 나무로 된 크리스마스트리에 45,000개의 다양한 색깔의 LED 전등으로 장식되고 맨 위엔 직경 3미터 무게 250킬로에 달하는 보석 같은 스와로프스키 별이 맨 위에 왕관처럼 놓인다. 올해도 인기 가수들의 축하 공연 속에 지난 12월 3일 점등된 크리스마스트리는 신년 7일까지 불을 밝힌다. 여기서 10여 분을 걸어가면 타임스 스퀘어에 있는 TKTS는 당일이나 그 다음 날 브로드웨이 뮤지컬 티켓을 최대 반값까지 할인 판매하는 창구가 있다. 그곳은 많은 사람이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마저 사랑을 나누는 낭만적인 데이트로 이어가며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세계적인 공연산업의 중심인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우리는 최신작이자 최고급 연극들을 관람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관객 수용의 규모에 따라서 브로드웨이 극장(Broadway Theatre)과 오프-브로드웨이 극장(Off-Broadway Theatre)으로 구분되는데, 오프-브로드웨이 극장은 브로드웨이 극장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아 500명 미만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을 지칭한다. 연극 내용에서 좀 더 흥행성이 높은 상업적인 연극을 공연하는 브로드웨이 극장과 달리 더 실험적이고 관객과 거리를 좁힌 친밀한 공연들을 한다.

1987년부터 2003년까지 16년간 총 6,680회 공연이란 대기록을 세운 뮤지컬 《레미제라블》(Les Mis?rables)이 2014년 3월 뉴욕 브로드웨이로 다시 돌아왔다. 원작은 2,500쪽에 달하는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대작으로 1832년에 있었던 프랑스 6월 봉기가 소재로 프랑스 민중들의 비참한 삶이 묘사되고 있다. 뮤지컬은 장장 3시간 가까이 되며 주인공 장발장이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한 조각의 빵을 훔치다가 19년의 노역형을 선고받고 강제 노동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하게 된다.

형기를 마친 장발장은 전과자로 멸시당해 주교 집에서 은 식기를 훔쳐 달아났지만, 오히려 그에게 은촛대를 선물로 내어준 것이라 둘러 말해 그를 감싸준 미리엘 주교의 고귀한 사랑으로 인해 개심하고 새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한 사람의 용서가 극심한 굶주림과 당시 부조리한 신분 제도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온 장발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게 해 주는 계기가 된다. 작가가 사회개혁 의지를 보여주지만 실제로 그 내면에는 인간의 죄와 구원에 대한 실천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장발장은 그를 끈질기게 추적하며 다시 감옥에 넣기 위해 애쓰는 자베르를 용서하고 그의 생명을 구해 준다. 투철한 강직함과 정의감을 가진 형사 자베르는 그의 사랑에 감화되어 장발장을 체포하기보다 차라리 그 자신의 자살을 택한다.

극의 마지막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신의 얼굴을 마주보는 일이지요(To love another person is to see the face of God)”라는 장발장의 고백은 바로 작가 위고의 것이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포용한다면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보고 체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쌀쌀해지는 날씨를 누그러뜨릴 훈훈한 사랑이 필요한 때가 찾아왔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이웃과 사랑을 나누고 또한,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위대한 사랑의 힘을 실천하는 특별한 시간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