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철 교수 [성결대학교]

기독교 인구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사람들은 오늘날 교회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위기를 맞이하게 된 원인을 지금 현존하는 교회 안에서 찾으려고 노력한다. 타임래그(시간지연)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게 되었을 때 그 원인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찾아야 한다. 일종의 타임래그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 기독교 인구의 감소와 안티기독교 세력의 등장의 원인은 현금의 기독교 상황보다 훨씬 이전인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서 찾을 수 있다. 19세기에 등장한 유물론, 다윈의 진화론 그리고 산업혁명과 더불어 문화낙관론이 팽배하면서 시작된 서구의 문화는 전통적인 기독교인구의 감소로 이어졌다. 20세기에 철학에서 실존주의와 과학에서 실증주의의 등장은 기독교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세기 유럽의 교회는 점점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고대나 중세까지 우리 삶의 중심에 종교가 자리 잡고 있었고 문화는 종교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음악이나 미술은 하나님을 찬양하고 신이 창조한 아름다운 세계를 그리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우리의 삶에 교훈이 되는 이야기나 격언은 신화나 신탁에 의존하였고 문학이나 철학은 형이상학을 추구하며 발전하였다. 법은 신의 정신을 우리 삶의 영역에 투영하려고 노력하였고 정의와 공의를 바탕으로 발전하였다. 모든 것들이 종교가 중심성을 이루고 있었다.

점차 과학이 발전하면서 점차적으로 우리 문화의 중심에 과학문명이 자리 잡게 되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자연을 마주하며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맞이하기보다는 출근하기 위하여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직장에 가면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보다는 먼저 컴퓨터를 켠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낮선 장소로 이동할 때에 내비게이션에게 길을 묻는다.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과학문명이 제공하는 기계문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교회가 거룩한 모습을 회복하면 다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버려야 할지 모른다. 우리 문화는 더 이상 기독교가 주장하는 성결, 정의, 사랑 그리고 은총에 대한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포스트모던 현상을 ‘도덕적 해이’ 현상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현상을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우리 문화는 전통적인 가족에 대한 기준을 버리고 동성애를 받아들이고 동성결혼도 인정하는 새로운 문화, 인간만을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말하면 종차별주의가 되는 윤리, 사랑이란 단지 종족번식을 위한 생존전력의 감정으로 규정하는 진화생물학,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나 세계보다는 다차원, 다중 우주를 전제로하는 물리학 등은 전혀 다른 세계와 문화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과학문명의 발전은 전통적인 윤리관조차도 바꾸어 놓고 있다. 자연선택을 넘어서 인위선택이나 유전자 조작내지 변형은 생명윤리조차도 위협하고 있다. 이제 인간과 인간의 교류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와의 교류가 형성되는 새로운 시대의 신은 과학문명이 되고 있다. 과학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열어주고 인류공영에 이바지 하고 있는 반면에 종교는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ISIS(the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와 같은 종교의 극단적인 모습은 이슬람을 넘어 모든 종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독교가 쇠퇴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더 깊은 곳에 그 원인이 있다. 이제는 기독교 내에서 종교개혁을 일으킨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회가 전통에 갇혀 있다면 교회 안에서의 개혁도 세상과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교회가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며 대화의 장을 열어야만 한다. 과학자들이 처음부터 교회와 대립각을 세운 것은 아니다. 기독교와 과학의 전쟁은 근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교회가 과학의 발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과학이 주장하는 진리주장을 폄하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과학은 우리의 영혼이나 정신보다는 물질 또는 육체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많은 과학자들이 종교와 대립각을 세우며 물질환원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물질이나 육체를 소중하게 여기는 과학을 폄하하기보다는 이것들이 모두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물이며 선물이라는 관점에서 세상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고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그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당장 열매가 없다고 해서 과학이나 세상과 대화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시간지연 현상은 여기서도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내일 기독교를 위해 오늘 우리는 세상과 소통의 장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