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화 교수 [성결대 파이데이아 칼리지 학장]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 꽃을 피우며 추억에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 주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다...하략. 이 시는 계절의 순환 속에서 다시 봄이 되어 버거운 세계의 삶의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고뇌를 묘사한 당대 유명한 미국계 영국시인 T.S. 엘리엇이 1922년에 쓴 “황무지”의 첫 구절이다. 그는 서구문명과 현대사회가 “황무지”로 변해 인간이 선과 악의 의식을 잃고 정신적 불모 속으로 가라앉은 정신적 공항 상태를 간접적으로 묘사했다.

이 불모지의 메마른 땅에 하나님의 자비로운 비가 내릴 것을 희구하였으며, ‘망각의 눈’에 쌓인 겨울이 차라리 평화로웠지만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꽃을 피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월은 잔인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에 억울하게도 ‘사월은 잔인한 달’이 되어버렸다. 사월은 우리에게도 삶의 징크스가 있는 달인가! 그래서인지 필자도 역시 사월이 오기를 두려워했고 오히려 눈 덮인 겨울, 그것도 차가운 겨울에 새봄을 기다리는 희망으로 부풀었던 계절이 좋았던 것 같다.

지난 2014년4월16일에 우리 현대사에 잊을 수 없는 세월호 사고로 300여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고, 아직도 9명은 차가운 물속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고로 우리사회는 전 분야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었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 후유증은 진행형이다. 2015년 4월은 혹시나 설마 그냥 아무 일없이 지나가겠거니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최대의 정치스캔들로 기록될 경남기업 회장 성완종 장로의 자살과 로비자금 명단으로 인한 소위 성완종 쓰나미는 정치권을 강타했다.

특권층이나 기업인들이 사과박스니 비타박스니 하면서 국가의 부정한 돈을 떡고물처럼 주무르고 있는 작금의 사태가 국민들로 하여금 또 한 번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들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정말 왜 이러나! 요즘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3포니 5포(연애포기, 결혼포기, 출산포기, 인간관계포기, 내 집 마련포기...)니 하는 유행어가 난무하고 있다.

더욱이 성 장로의 자살뿐 아니라 목사가 낀 보이스피싱 사기와 수집대의 자전거 절도행위와 돈세탁은 기독교계에 또 한 번 충격을 주었다. 이에 못지않게 교육계의 부정부패, 고위직들의 성희롱 사건 등, 입법부, 사법부, 정부나 지도층은 말 할 것 없이 국가의 총체적 부정, 부패, 불의, 그리고, 부정의에 의하여 국가가 붕괴되지 않을 까 심히 우려되고 불안하며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 “정의론”의 대가 존 롤스의 사후에 최고의 법철학자이며 정치철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로널드 드워킨의 저서 “정의론”이 최근에 번역 출판되어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를 읽을 수 있다. 그는 ‘잘사는 것’은 ‘윤리와 도덕의 기초’에 있으며, 남 보기에 좋은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즉 자기존중과 진정성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자신의 삶을 낭비하지 말고 창조해야 할 책임을 져야하며, 이런 삶은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개인이 최선을 다해 살려면 타인이 지닌 도덕도 필요하다고 말하며, 평등과 자유, 법과 민주주의 등 다른 제도와 가치가 조화를 이룰 때에 가능한 것이 정의라고 주장한다.

국민들은 크고 작은 정부가 아니라 정의로운 정부를 선호하며 정부의 역할은 이를 돕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돕기는커녕 이 땅에 정의가 떨어졌다. 자연의 이치는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지만, 아랫물이 맑아서 한 세대가 교체되어 맑은 웃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작금의 상태에서 현실적 대안이야 말로 전 교육기관의 인성교육과 더불어 기독교적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