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목사 [어울림상담코칭센터]

한 사회의 행복지수를 알 수 있는 세 가지 지표가 있는데, 그것은 우울증 환자의 비율과 자살률 및 이혼율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에서 8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혼율 역시 1위라고 한다. 이러한 통계에서 기독교인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로널드 사이더는 『왜 기독교인들은 세상 사람들처럼 똑같이 사는가?』에서 기독교인들이 이 세상의 불신자들과 똑같이 아내를 많이 구타하며, 이혼을 더욱 많이 하고, 불신자들보다 더 인종차별적이라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필자는 가족 간의 구타 문제로 찾아온 권사, 결혼 3년 만에 이혼을 하겠다고 온 성도부부, 안수집사인 남편의 외도로 힘들어하는 권사, 한 집에 살면서도 4년 동안 자녀와 말을 하지 않고 지내는 권사 내담자를 상담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불신자보다 성도의 가정이 더 많은 비율로 상담소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교회 안에서는 목회자로부터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인정을 받고 있는 성도들 중에도 실제적으로는 상담을 받아야 할 가정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는 성도의 가정이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가에 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보았다. 첫째, 남편들 중에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가정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믿음 안에서 부부가 서로 존중하며 사랑해야 하지만, 가정 안에서 평등한 인격적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된다. 둘째, 세속적인 가치관이 성도의 가정에 까지 침투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믿는다고는 하지만 삶 속에서 거룩한 삶을 살지 못하는 한국 교회 성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건강한 가정의 모델을 보여주지 못한 교회 지도자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굳이 엘리 제사장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현재 일부 교회 목회자 중에 교회를 크게 부흥을 시켰어도 자신의 가정을 소홀히 하여 교회에 덕이 되지 못한 경우가 있다.

교회를 외형적으로 성장시켰다고 할지라도 만약에 가정 목회에 실패했다면, 그런 모습을 예수님이 기뻐하지는 않을 것이다. 넷째, 사랑과 은혜를 빙자한 도덕적 해이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상에서는 성추행 소문만 있어도 공직에서 물러나거나 해임이 되기도 한다.

반면에 도덕성이 더 엄격해야 할 교회에서는 목회자가 사회적 지탄을 받을 행동을 했는데도, 책임을 지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허물을 덮어주기에 급급하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는 성도의 가정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가정보다는 교회만 우선시하는 신앙적 가르침도 한 몫하고 있다.

하나님이 세우신 가정과 교회는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예전에는 교회 일만 열심히 하면 자녀는 하나님이 돌보신다고 강조하는 목회자가 많았다. 결국 이러한 생각이 성도들로 하여금 가정의 일을 희생하더라도 교회 일에만 헌신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가정을 소홀히 하면서 교회생활에만 전념하게 되면, 이는 그 가정이 무너지는 빌미를 주게 된다. 필자는 이러한 몇 가지 원인들 때문에 한국교회 성도들의 가정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병들어 가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목회자들이 상처 받고 힘들어 하는 성도 가정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가정을 살리는 사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상 속에서 건강한 성도의 가정을 세우는 일은 교회를 부흥시키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가정 사역은 이 시대에 매우 필요한 목회 사역이 아닐 수 없다. 이 일을 위해서는

첫째, 목회자 가정이 건강하고 행복한 모델이 되어야 한다. 목회자가 교회 부흥에 큰 업적을 세웠어도 그 가정이 바로 서지 못하면 덕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교회의 양적 부흥만큼 성도 가정의 회복을 위한 질적 성장에도 비중을 두어야 한다. 성도의 가정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그런 성도가 다니는 교회 역시 건강하게 세워질 것이다.

셋째, 목회자의 심리학적 인간이해가 필요하다.

20년간 목회를 해 온 어느 목사님이 필자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박 목사! 나는 지난 20년간 하나님만 바라보았지, 성도들의 욕구를 이해하지 못했어!” 교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성도를 단지 믿음이 없거나 사탄의 유혹에 빠졌다고만 정죄 할 것이 아니라, 그 성도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심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시대의 목회자가 상담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할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