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곤 목사  [합덕제일교회 ]

모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에서 풍자 개그로 방영되고 있는 ‘도찐개찐’이라는 프로를 시청하다보면 시사 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빛이 되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는 우리 기독교가 부도덕과 연루된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비껴가지 않는 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치권의 당파와 계파 간 갈등이나 교계의 교파, 교단간의 갈등 도찐개찐.
대기업 총수의 비리나 일부 교계 지도자의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행동 도찐개찐.

정치인들의 금품수수, 금품선거나 각 교단 임원선거 도찐개찐.
기업총수의 갑질이나 은혜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채 교회 안에서 은근슬쩍 저질러지는 갑질 도찐개찐.

얼마 전 방산 비리와 관련된 핵심 인사가 모 교회와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며 성 아무개 리스트를 만들어 낸 기업가이자 정치인이 있었다. 사건이 터지고 장례식이 진행되던 날 예배당 강단위에 ‘명예장로 000발인예배’라는 현수막을 내건 것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면서 ‘그 사람도 교회 장로였어?’ 라며 교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 그들이 방산비리와 연루되어 있고, 정치자금과 연루되었다며 비난 여론이 난무할 때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시치미 뗀 장본인들이다.

고려시대에 웬만한 벼슬아치나 한량은 매 사냥을 즐겼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매 사냥을 위해 오랫동안 길들여진 매를 다른 사람들이 탐을 내는 일이 생기게 되었는데 매를 도둑맞거나 서로 뒤바뀌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매의 꼬리 위의 털 속에다 소뿔로 얇게 만든 ‘시치미’라는 명패를 매달았는데, 이 시치미를 떼면 누구의 매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알고도 짐짓 모르는 체한다의 뜻으로 ‘시치미를 뗀다’는 말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최근 기독교인들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들이 연속적으로 터지면서 기독교 안에도 시치미를 떼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위의 두 가지 사건으로 인한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듯 우리 기독교를 향해 날아드는 와중에, 생활비 때문에 보이스 피싱의 중간 책 역할을 했다가 검거된 목사가 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부끄럽지만 이들 모두 존경받는 자리에 있으면서 그 자리를 지켜야할 교계의 지도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안타깝게도 권력과 비리, 돈에 대한 지나친 욕심에 뿌리박힌 채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불미스러운 여러 가지 사건이 교회와 연루되면서 교회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버렸다. 이제 웬만한 사람은 교계 지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영적 지도력을 가지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교계 지도자들이 영성을 잃어버린 채 명예와 권력을 탐하는 세상 정치인, 기업인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 현실이요  현주소이니 어쩌면 좋겠는가?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시점에서 우리는 대나무를 통해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대나무의 특징은 단기간에 높게 자란다는 것이다. 이렇게 단기간에 높이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알면 신비롭다. 다른 식물은 보통 세포 분열을 통해 성장을 담당하는 생장점이 줄기 끝에 하나씩밖에 없다 그러나 여러 개의 마디를 가진 대나무는 마디마다 생장점이 있어서 이 생장점들이 동시에 자라나기 때문에 성장이 빠른 법이다.

우리 기독교에 불어 닥친 여러 가지 악재들로 인해서 자꾸 전도가 힘들어진다. 그럴지라도 복음전도를 포기하고 주저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 지금 우리 교단은 전도대회를 선포하고 실행 중에 있다.  우리 개개인에게도 대나무의 마디마디에 생장점이 있듯, 그리스도인에게도 영적 생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힘든 상황이지만 전도에 최선을 다하자고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