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일 목사 [안양성결교회]

2012년 7월 27일자 신문에 “로또 당첨 5년 만에 자살”이라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1남1여를 둔 평범한 가장 김 씨가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당첨금 18억 원을 손에 쥔 그는 곧바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은 그의 당첨 소식을 알고 여기저기에서 몰려든 사기꾼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간 것이었다. 결국 사기당해 큰돈을 잃고 그나마 투자한 주식까지 폭락하자 김 씨는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5년 만에 18억 원을 다 쓰고 빈털터리가 되어서 한 대중 목욕탕 탈의실에서 목매 자살한 사건이었다.

이는 한 예에 불과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대박의 꿈이란 것은 이렇게 한 순간에 왔다가 한 순간에 쓸고 가는 소나기와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나기는 갑자기 쏟아진다. 전혀 준비가 안 되어있는 마른 땅에 내린다. 그러다보니 땅이 빗물을 머금을 새도 없이 그나마 있던 것까지도 쓸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대박’의 행운이란 것도 결국은 가장의 성실한 태도나 부부간의 신뢰, 그리고 가정의 화목함이나 형제간의 신뢰마저도 쓸고 내려간다. 그래서 단번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소나기와 같은 행운은 사실 은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고요한 가운데, 알게 모르게 내리는 빗물이 있다. 성경은 이슬비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슬은 은밀하게 내린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내린다. 그러나 그 이슬로 이스라엘에서는 농사를 짓고, 헐몬산에서는 나무와 풀을 자라게 하고, 백합화를 피게 하며, 심지어는 레바논의 그 아름다운 백향목까지 그 뿌리가 깊이 박히게 만든다.

이게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내리시는 방식인 것이다. 따라서 어느 날 한꺼번에 다 받아지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가능성이 아주 높다. 우리가 주 안에서 꾸준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며 신앙생활을 하게 되면 어느덧 소매를 적실 정도로 내려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의 방식과 가까울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혜는 멀리에 있지 않다. 우리의 심령에 준비만 되면 그 즉시로 그 은혜가 우리 생활에 임하는 것이다. 마치 공기 중에 이슬의 요소가 어디에나 있듯이 말이다. 다만 이슬이 내릴 수 있는 조건만 충족되면 어디든지 이슬은 내릴 수 있는 것과 같이 말이다.

겨울 창가의 성에도 같은 이치이다. 성에는 대기 중의 습기가 결집된 미세한 얼음 결정체로, 각각의 결정체는 아름답고 독특한 모습을 지닌다. 그런데 성에의 형태로 나타나는 수분 결정체들은 성에가 되기 이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조건이 충족되어 성에로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이다. 적절한 기상 조건과 알맞은 습도, 그리고 실내외의 적당한 기온 차가 있을 때 비로소 우리 눈에 보이는 결정체로 나타날 뿐이다.

하나님의 은혜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나님이 꼭 쏟아 부어 주셔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항상 편만한 게 하나님의 은혜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급하다. 기다리지 못한다. 한꺼번에 소낙비처럼 다 받으려고 한다. 그러다가 있던 것마저도 씻겨 내려갈 수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불가능이 없으신 하나님께서는 단번에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실 수도 있는 분이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내리는 이슬처럼 우리의 옆에 내려 주신다. 중간에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과연 이것이 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일어나보니 일이 다 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산과 같은 장애물이 사라져 있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은혜를 못 받았다’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소낙비의 형태로만 하나님의 은혜가 내리는 줄 알고 기대해서 그렇다. 조급해서 중간에 다 포기했던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 시대에도 하나님의 역사는 이슬과 같은 방식으로 임하신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서다.
하지만 빠짐없는 예배와 헌신, 그리고 꾸준한 들음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석과 같은 믿음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결과만을 바라며 조바심 내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넓은 시야를 갖고 신실하신 하나님의 꾸준한 은혜를 기대하며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주변에 이슬처럼 내려있는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게 된 사람들이다. 조급의 시대에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일꾼은 바로 이런 이슬비의 원리를 아는 사람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