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모 목사 [산마루교회]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은 기회만 되면 예수와 제자들을 고소하려고 한다.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기득권을 빼앗기기 싫었던 것이다. 모세의 율법을 사사건건 훼손하는 것도 견딜 수 없었다. 음식을 먹을 때 손을 씻는 정결법을 철저하게 지켰다. 먹을 것과 먹지 않을 음식을 구별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손에 묻은 더러운 것을 씻는 일에 열심이었다. 그릇도 철저하게 닦되 더럽게 여기는 곤충이 그릇에 붙을 경우 철로된 것은 씻되 토기로 된 것은 깨트려 버린다.
마침내 고소꺼리를 찾았는데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 “왜 전통을 어기느냐?”(마 15:2)고 당장에 예수에게 와서 따지듯이 묻는다. 이에 대한 예수의 말씀이 의외였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마 15:11)
이어서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은 배로 들어가서 뒤로 내버려지는 줄을 알지 못하느냐?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마 15:17-18)라고 하신다. 더 이상 이들은 예수의 말씀에 항변하지 못한다.
예수는 레위기에 나오는 정결법의 본질적인 뜻은 단지 먹는 음식이나 손을 씻는 일이 아니고 마음의 정결법 임을 깨우쳐준 것이다. 보이는 음식을 통하여 더 중요한 영혼에 대한 지침을 담아 놓였건만 영적인 맹인들이기에 본질은 잊은 채 현상인 글자만 붙들고 외식의 종교행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힘든 시기를 지난다. 밖에 나갔다 올 때마다 손을 씻고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감염되지 않기 위해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킨다.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고 말이다. 자칫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자신은 물론 가족들이나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염병으로 인하여 온 세계가 난리인 적이 있었는가싶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영적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영혼을 감염시키는 악한 가르침들이다. 세상 문화가 끊임없이 우리를 미혹한다. 보이는 아름답고 값비싼 명품을 통하여 허영심을 부추긴다. 재미와 즐거움을 통하여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이 도처에 넘쳐난다.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 이러한 더럽고 추한 세상의 문화가 침투한 것이다. 맘몬 신이 이미 교회 곳곳을 침투하여 장악하고 있는 실정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돈이면 예배당도 그럴듯하게 짓고 성공한 목회자로 인정받을 것이란 환상이다. 교회에서 괜찮은 직분을 받으면 존경받는 크리스천이라는 착각이다.
이때에 예수가 오셔서 작금의 사태를 보신다면 어떻게 반응하셨을까 싶다. 앞에서 언급한 정결법이 가슴에 다가오는 이유이다.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고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라고 하시지 않겠는가? 곧 몸을 씻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을 씻는 일이다.
마음의 더럽고 악한 생각들이 끊임없이 묻어 들어온다. 자신의 가슴을 치며 회개하는 일이 마음을 씻는 일이다. 평생에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회개이다. 무엇보다 듣는 것과 보는 것을 조심해야한다. 밖의 출입을 삼가는 것도 지켜야하나 오히려 방안에 있으면서 영적인 코로나바이러스에는 더 치명적인 것은 아닌가 싶다. TV 드라마 앞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스마트폰과 함께 있는 시간과 게임에 몰두한 시간이 더 늘어난다면 작은 것을 얻고 큰 것을 잃고 말 것이다.
이 위기가 기회가 되길 바랄 뿐이다. 어둠이 짙은 시간이 더욱 영혼의 허기를 느끼고 예배를 사모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평소 당연시하면서 마시던 한 모금의 공기가 소중함을 깨닫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면 이 또한 귀한 깨달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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