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 목사 [상신교회]
몇 년 전 다큐멘터리 영화 ‘서서평’이 상영이 되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요한나 셰핑(Elisabeth Johanna Shepping) 선교사는 32세에 간호사로 한국에 왔습니다. 54세에 풍토병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22년간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찾아 그들의 벗이 되어주었습니다. 수많은 연약한 여성들의 살길을 마련해 주었고, 고아들을 입양해서 어머니가 되어 주었습니다.
서서평 선교사는 한센인들이 치료를 받으며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서 선교사의 장례는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졌습니다. 그녀는 시신까지도 조선의 의료 발전을 위해 연구용으로 기증했습니다. 모든 것을 주고 떠난 그녀의 침상 머리맡에는 “성공이 아니라 섬김입니다(Not Success, But Service)”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녀의 생애를 통해 우리는 예수님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삶의 우선순위 즉, 인생의 Priority가 분명해야 하고, 세상의 가치관이나 내 욕심이 아닌 하나님 나라와 뜻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 것입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제나라를 다스리던 경공은 평소 존경하던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정치를 어떻게 하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백성은 행복해질 수 있습니까?”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다운 것, 아비가 아비답고 자식이 자식다워지는 것이 나라가 부강해지고 백성이 평안해지는 길이며, 이것을 정치라고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공자의 ‘정명사상(正名思想)’ 군군(君君) 신신(臣臣) 부부(父父) 자자(子子)입니다.
영국의 한 공원에서 낙엽이 지는 늦가을, 바바리코트를 입은 한 신사가 공원 벤치에 종일 앉아 있었습니다. 밤이 되어 공원 관리인이 공원 문을 닫으려는데 그가 계속해서 벤치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기다림에 지친 관리인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누구요? 당신은 어디에서 와서 날 이렇게 고생시키는 거요? 당신이 왔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시오!” 그러자 신사는 “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지 알 수 있다면...내가 왜 여기 서 있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삶이 바쁘고 분주하든지 아니면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든지 간에 항상 어려운 수학문제에 답을 얻지 못해 고심하는 어린아이 같습니다. 문제를 항상 건너 뛸 수도 없고 계속 풀어내자니 지치고 피곤한 상태, 심지어는 다가오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끙끙거리며 앓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근심의 덫으로부터 놓임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은 오직 주님을 바라볼 때입니다. 육체의 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나를 사랑하시는 분, 권능의 손으로 나를 안고 계시는 분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지시하는 곳, 섬김의 자리로 “시선”을 옮겨야 합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희생이라는 섬김의 터 위에 세워졌습니다. 교회 안에 생명이 흐르는 성령의 역사를 경험하려면 섬김의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서로 섬길 때, 하나님의 교회는 은혜로 충만합니다. 섬김은 그 자체로 복입니다. 섬김을 받는 사람도 복이지만, 섬기는 사람이 더 큰 복을 받습니다. 예수님은 작은 자에게 냉수 한 그릇을 주는 자는 상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수고와 희생, 섬김을 보고 계십니다. 그 날에 큰 상으로 갚아 주실 것입니다.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닌 섬기려고(Not To Be Served But To Serve)” 오신 예수님처럼 사심으로 진정한 행복을 누리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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