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4월 2일 국내에서 말레이어 성경 발행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오는 16일 보르네오 사라왁 주(州) 선거를 앞두고 기독교인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말레이시아 연정은 사라왁 주에서 인구의 40% 이상이 기독교 신자인 상황에서 이들의 불만을 무시하고 선거를 강행했을 경우, 선거에서 패배하고 결국 조기 총선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기독교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사라왁 주를 중심으로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기독교계는 수입 말레이어 성경 수만 권을 세관 당국이 압류하는 등 국가안보를 빌미로 말레이어 성경 발행을 막고 있는 정부에 불만을 제기해 왔다. 정부 당국은 그동안 기독교의 ‘하나님’을 말레이어로 번역할 때‘ 알라’를 사용할 경우에 이슬람교와 혼동을 일으킬 수 있으며 기독교로 개종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논리로 말레이어 성경의 발행을 금지해 왔다. 당국은 그러나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발행하는 성경의 표지에 ‘기독교 출판물’이라는 표시와 함께 십자가를 넣도록 함으로써 무슬림계의 우려를 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