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섭 장로(개동교회/서울대 한국어교육지도자과정 15기)

한민족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어떤 말로 대화를 했을까? 그리고 그 말들을 기록하는 글자는 있었을까? 한민족은 단군조선부터 우리말과 전자(篆字)라는 글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가림토 문자’라 한다.

그러나 중국과 문물을 왕래하면서 한민족은 고유의 말은 사용했지만 문자는 한자를 빌려 사용하였다.

예를 들면 ‘구름’을 ‘雲音(운음)’이라 썼다. ‘구름 운’자는 한자의 뜻을 빌리고, ‘음’자는 소리를 빌린 것이다. ‘마음’이라는 말은 ‘魔陰(마음, 음침한 기운)’으로 쓰기도 했다. 한자를 무리하게 빌려 쓰다 보니 오히려 중국 글인 한문보다 어려웠다. 관직에 있는 사람들과 학식 있는 양반들은 한자를 빌려 쓴 글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서민들은 글을 배울 엄두도 못 냈다. 한자를 배우고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권력이 되고 기득권이 되었다.

세종대왕은 몇 명의 집현전 학자들과 왕자와 공주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한글을 창제하셨다. 한글은 사람의 발음기관과 하늘·땅·인간을 본떠서 만들었기에 그 글자가 창조적이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다. 그리고 간결하고 경제적이어서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가장 빛나는 글자이다.

그러나 양반들은 한글을 여자들이나 쓸 글이라는 뜻으로 ‘암글’이라 하여 낮잡아보았다. 심지어 언문(諺文)이라 하여 상말을 적는 문자라면서 배워도 학문 연마를 위해 사용할 수가 없다고 무시했다. 지금부터 130년 전까지만 해도 한문체, 한글체, 국한혼용체 등이 난립되어 사용되었다. 심지어 일제 강점화 시기에는 국어 말살정책으로 국어의 지위를 잃었었다.

1784년 천주교 전래로 중국성서 발췌번역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졌고, 1887년 개신교 선교사 존 로스목사와 한국인 번역자들에 의해 ‘예수교젼셔’가 나왔다. 그후 1900년에 신약성서가 완역되고, 1910년에 구약이 완역되어 드디어 1911년 신구약 합본 ‘성경젼셔’가 출간되었다. 근대문학의 대가 이광수 씨는 1917년 ‘야소교(耶蘇敎, 예수교)의 조선에 준 은혜’라는 글에서 ‘후일 한국 문학이 건설된다면 그 문학사의 제1항에는 성경 신구약의 번역이 기록될 것이외다’라고 하였다.

대표적인 한글학자 최현배 씨는 1962년, ‘배우고 쓰기 쉬운 한글 덕분에 기독교 전파가 쉬웠다’고 말했다. 한편 기독교가 한글에 준 공덕으로 ‘일제 말 억압 속에서도 교회는 설교와 찬송가와 예배로 한글과 국어를 유지시켜 지켰다’라고 주장하였다. 

현재 한국어는 남한 5천만, 북한 2300만, 해외 동포 700만 총 8천만 명이 한국어를 사용하여 세계 13위권의 대 민족 언어가 되었다. 더욱이 130만 외국인 이주시대를 맞아 다문화사회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워 사용하고 있다.

21세기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고 한글 사용에 더욱 앞장서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