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만 목사 (오산교회)

언젠가 어느 방송사에서 방영된 드라마 가운데 “제중원”이라고 하는 드라마가 있었다. 이 드라마를 참 의미 있게 보게 되었는데, 이 드라마는 최하층 불가촉천민인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조선 최초의 의사, 그리고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가로 격동의 세월을 살았던 실존 인물 박서양을 모델로 하고 있는데, 박서양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서양 의학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구한말, 한일강제병합을 앞둔 정치적 격동기를 그린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최초 외국 의료 선교사가 들어와 제중원이라는 의료원을 세워 조선의 의생들을 키우며 병을 치료하고 수술도 하게 되었다. 그들 중 백정의 자식인 소근개라는 천민이 우연하게 신분을 속이고, 황정 이라는 이름으로 제중원에서 의술을 익혔으며, 많은 죽어가는 사람들을 치료해 주었고, 공부하는 의생들 가운데서도 제일로 그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파서 제중원에 들어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그는 백정의 아들임이 드러났고, 결국 제중원에서 쫓겨나게 되어, 그는 신분에 걸맞게 백정의 아들로 돌아와 힘든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어느 고위 관리의 고명딸이 폐에 고름이차서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제중원의 의생 모두가 일이 있어 제물포로 떠난 상황에서 질병에 대한 시술을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때 소근개는 주위의 애타는 요청에 못 이겨 결국 신분을 넘어 양반집 규수의 질병을 시술하게 된다. 이 규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감히 그의 저고리를 벗기고, 목을 절개하여 호스를 꽂아 숨을 쉬게 한 후 그를 수술하여 생명을 구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살아난 규수가 자신이 천한 백정의 아들에게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치료한 사실을 알고 결국 목을 매어 죽고 만다. 이 일로 인하여 그는 사람을 살리고도, 자신의 신분이 천민이요 백정의 아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목숨을 살렸음에도 오히려 양반을 욕보여 죽였다는 이유로 국법에 의하여 참수형을 받게 된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비극적인 일인가? 하지만, 때마침 러시아 공사가 백내장이 생겨 수술을 해야 하는데, 하늘이 도왔던가, 그를 수술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의료선교사이자 제중원의 원장인 헤론이 고종을 찾아가 참수형을 받을 소근개라고 하는 황정만이 이 수술을 할 수 있다하여 추천하게 되었다, 고종은 결국 이 소근개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기로 하고 수술을 맡기게 된다. 결국 이 소근개가 수술하여 깨끗하게 치료를 하게 되며, 이로 인하여 이 소근개가 면천이 되는데, 지금까지 백정의 아들로 살아온 세월들을 뒤돌아보며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고 신분까지 바뀌었으니 얼마나 울며 감격하는지, 자신뿐 아니라 그의 아버지까지 면천이 되니, 저들은 순간 의복이 달라지고 주위의 시선이 달라지고, 임금으로부터 내린 재물이나 모든 것으로 인해, 완전히 변하여 그는 이제 누가 뭐래도 완전한 양반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된다. 임금이 내린 면천 그 누구도 무시 할 수 없고 이제는 그 누구도 이 사람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어 당당하고도 떳떳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미 지나간 역사속의 한 장면이요, 한편의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그 과정을 보는 저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말없이 흘렀다.

그렇다. 백정의 자식과도 같이 천한 우리를 십자가의 보혈로 죽음의 문턱에서 우리 하나님께서 면천 시켜 살려 주신 것이 아닌가? 그런데 면천된 그 기쁨이 있는가? 그 감격을 느끼고 사는가? 이 감격과 이 기쁨이 없다면 내가 거듭났는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