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 일어난 상황과 문제들 앞에서 주님은 잠자던 선교사를 일깨우고, 바른길로 가게 하시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회개하도록 하셔서 주님의 사역을 하게 하신다. 그래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들 속엔 주님이 계셨고, 말씀하시고, 때론 철저하게 예수님의 사역과 비교하며 선교사는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게 만들어 주신다.
선교사를 기준으로 선교지역을 바라보며 그들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선교현장에서 얼마만큼 이들을 사랑했나, 이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선교사인지를 보시고, 선교사를 사랑해서 선교지역에 보내시는 것이 아니라 그 선교지역 사람들을 사랑해서 선교사를 그곳에 보내주셨음을 알게 해주었다.
“교회를 짓는데, 교회 건물은 올라가지 않고 대신 주변 집들이 다 변하더라” 이 말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훔쳐 가는지 바로 선교 현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3년 전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얻었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에 하나가 집 안에 있는 망고나무였다. 망고 열매를 맺기 위해선 연기를 쐬어줘야 한다기에 불을 지펴 연기를 피워줬더니 진짜로 망고가 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갓 열린 망고를 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치 자기 것인 양 따가는 사람들과 싸워야만 했다. 망고 열매가 익었을 때를 상상하면서 열심히 더위와 싸우며 연기까지 쐬어 주었던 나의 수고는 이렇게 다 물거품처럼 사라져갔고 그 무렵 밖에 세워둔 차의 타이어들이 다 사라졌다. 한 마디로 도둑을 맞은 것이다. 또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 노트북을 가져갔고, 개를 키우면 도둑이 안 든다기에 강아지 한 마리를 사다 뒀는데 그 강아지까지 누군가 가져가 버렸다. 그러자 그동안 꾹꾹 눌렀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은혜를 도둑질로 바꿔 갚는 소망 없는 사람들 같았다.
선교사로 와서 내가 공짜로 준 것이 얼마인데? 아픈 사람에겐 약을 주었고, 때론 병원까지 데려갔고, 배고파하는 사람들에겐 쌀을 사주었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겐 학용품과 학비를 지원해 주지 않았나? 이런 나에게 왜 와서 가져갈까? 아니 훔쳐갈까? 이런 못되고 양심이라곤 하나도 없는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줘야 그들이 가져가지 않을까? 화가 치밀어 오르고 선교지에서 만나는 필리핀 사람들의 얼굴들이 다 도둑처럼 보일 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난 내 목숨까지 주었다.”
겨우 보이는 것 몇 개 주고 다 준 것인 양 생색내는 선교사를 향해, 가져가는 그들보다 훔쳐간 사람을 미워하는 선교사를 더 질타하심을 알게 했다. 훔쳐간다고 해도 미워하지 마라. 그냥 값없이 줘라. 배신당할 땐 배신한 사람이 가룟 유다보다 더 못되었는지를 생각하라. 억울할 땐 빌라도 앞에 선 주님보다 더 억울한지를 생각하라. 그들이 설령 네 목숨까지 가져간다고 해도 사랑해라. 그것이 바로 선교사이다.
“선교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은, 그 생명까지도 다 선교현장의 것이니 아낌없이 그들을 향해 다 주라”는 말씀에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은 나의 것이 아니며 선교 현장의 것이기에 그 어떤 것도 선교지에 있는 그 영혼보다 소중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시며, 그 선교 현장 그 속에 하나님은 현지인이 되셔서 그 곳에 함께 계셨고, 현지인의 눈으로 선교사를 바라보며, “네가 주지 않으면 내가 가져간다.” 내가 얼마나 인색하게 굴었으면 그들이 와서 가져갔을까 아니 주님이 그들로 하여금 가져가게 하셨을까.
필리핀 세부에서 김효영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