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련 권사(신림제일교회)
시월이 오면
시월이 오면
이슬내린 새벽 산길 옷을 적시고
젖은 치마 걷어 올려 밤을 주워서
한 알 한 알 담던 일이 생각납니다
주워 모은 밤들의 빛난 윤기가
방에 놓인 화류장의 빛과 같았지
오십년이 지난 지금 잊을 수 없는
모두 웠던 밤들의 그 빛과 감촉
시월이 오면
국화 향기 진동하는 뒤뜰에 앉아
국화전 부쳐 먹던 일이 그리워
이 마음이 왜 이리 쓸쓸만 하지
읽다만 책 사이 끼워 둔 단풍
그래도 이 마음을 달래줍니다
꿈은 모두 사라지고 허무만 남아
이 마음에 하염없이 낙엽이 지네
시월이 오면
시월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