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식 목사 [제일교회 ]

일상적인 영역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계(border)나 장벽(barrier)은 안전지대를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우리를 가두어 두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경계를 넘어서거나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breaking barriers)은 사상과 경험의 경계를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Edward Said는 그의 “Mind of Winter"라는 에세이를 통해 “타향살이”(exile)와 “고향”(homeland)을 비교하는데, 이 극단의 개념들이 만나는 경계(boundary)는 하나의 성소(sanctuary)가 된다. 과거와 현재, 자기와 타자, 안전과 위험, 그리고 옛것과 새것은 경계선 상에서 교차하고, 경계를 넘나듦으로 해서 인간은 성과 속을 경험하게 된다. 

 하나님의 자기 계시, 창조, 구원의 사건은 모두 경계를 넘는 일이며,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일인 선교 역시 그 본질상 문화, 민족, 정치, 경제, 인종 등 모든 경계를 넘는 일이다. 사도행전 1장 8절에 보면,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예수] 증인이 되리라”고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선교란 경계가 존재하는 이 세상의 모든 곳에서 참 자유의 영이신 성령으로 경계를 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선교란 우리들의 삶 속에서 성령 충만함으로써 예수의 참 자유를 살아내어 참 증인이 되는 그리스도인들의 살아생전 사명이라는 점이다. 성령은 거룩한 영이요 자유를 주는 영이기 때문에 성령을 받는다는 의미는 이미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오순절 날에 성령은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와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상징으로 120문도에게 임하였다(행 2:1-4). 바람과 불은 경계를 넘는 강력한 상징으로, 바람은 어떠한 경계도 넘을 수 있고, 불은 모든 경계선을 넘어 번져 타오른다. 

 21세기 글로벌 시대, 세계화 시대로 전 세계인이 서로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시대에 교회의 선교 사명은 어디에 있는가? 경계를 넘어서 보편적 세계(universals)를 추구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진행되어야 한다. 경계를 넘는 일이 고유한 세계(homoversals)를 배타적으로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또한 무조건적으로 경계를 넘어 차이를 무시한 낭만적인 다원주의로 빠지면 안 된다. 만일 고유함을 제거하고 전체만을 요구하면 미성숙한 전체주의(premature totalization)에 빠지게 된다. 경계를 넘어가는 일은 상황화( contextualizaton)와 탈상황화(decontextualization), 재상황화(recontextualizaion)의 과정을 착실히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구 선교가 그들의 식민지에서 모든 민족으로 제자를 삼을 때에 행한 것처럼, 그리스도의 제자를 삼았는지, 식민교회의 제자로 삼았는지 그 구분이 모호해 질것이다. 

 이제, 인류 역사상 전무한 민족과 인종의 이동과 혼합 현상, 가난한 지역에서 부유한 지역으로의 이동. 경제적으로 시장이 통합되는 현실, 빈부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시대, 경계를 넘어서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경계를 넘는 선교는 사도들이 전한 바 “성령을 통한 회개와 죄사함” 그리고 “부활의 복음”이었다. 21세기 회개의 복음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서 전 인류 공동체의 차원으로 확대될 때를 맞이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은 개인 윤리를 넘어서 전 세계 공동체의 관계에서 이해하고 실천해야 할 시대가 되었다(막12:31). 21세기 부활의 복음은 개인의 몸의 부활을 넘어서서 지구의 종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만물과 우주 전체의 새 하늘과 새 땅의 차원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