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일 목사 [안양교회]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이 매스컴에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정갈한 외모와는 다르게 정말 흉측하게 생긴 발이었습니다. 마치 희귀병을 앓고 있는 병자의 발처럼, 여기저기에 이상한 뼈마디와 상처가 수두룩했던 발이었습니다. 도저히 그녀의 발로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겨진 이유를 듣고 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의 하나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것은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연습으로 발레슈즈 150여 켤레를 닳아 떨어뜨린 연습벌레의 발이었습니다. 연습과 공연 때면 그녀의 발가락은 갈라지고, 물집 잡히고, 곪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흘러내린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2리터짜리 생수병을 들고 다니면서 연습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우아한 발레동작은 바로 그런 고난의 발이 밑에서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있었기에 탄생된 동작이었던 것입니다. 아름다운 한 편의 발레극이 필요로 하는 발은 바로 이런 종류의 발이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필요로 하시는 발은 어떤 종류의 발일까요? 레위기 11장에 보면, 하나님께 드리기 위한 희생 제물로 쓸 수 있는 정결한 짐승의 발은 따로 있었습니다. 즉 발의 모양에 따라서 정결하고 부정한 짐승이 구분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굽이 갈라진 발이었습니다. 좌우가 구분된 발이었습니다. 그런 발을 갖지 않은 짐승은 결코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로는 사용될 수가 없었습니다. 구약의 제사 시대가 아닌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그 갈라진 발이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은 자기중심의 삶과 구분된 헌신의 발을 뜻하는 것입니다. 여호와 앞에 갈라진 발. 그것은 나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뛰어다니는 발이 아니라, 갈라지고 물집 잡히도록 전적으로 주를 위해 헌신하며 뛰어다니는 열정이 만든 발을 의미합니다. 그런 발을 가진 자를 하나님은 기뻐하신다는 뜻입니다. 로마서 12:1에 보면,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헌물이 필요하신 분이 아닙니다. 우리의 돈을 탐내셔서 그걸 바치라고 강요하는 분도 아닙니다. 구약의 엄청난 제사는 이제 신물이 난다고 하신 분입니다. 대신 이제는 우리의 헌신하는 몸을 제물로 드려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십니다. 헌신하는 손, 헌신하는 발, 그 헌신의 흔적을 갖고 주일날 와서 제단 앞에 설 때, 그것이 주님이 원하시는 참된 제사가 될 것입니다.

지금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십시오. 헌신으로 주를 위해 뛰어다니느라 갈라져 있습니까? 아니면 아끼고 아껴서 상처 하나 없는 뽀얀 발입니까? 훗날 주님 앞에 섰을 때 주님은 물으실 것입니다. ‘네가 나를 위해 얻은 상처를 좀 보여 다오.’ 여기저기 샅샅이 뒤져보지만 모두가 내 자신을 위하다가 난 상처들이지, 주님을 섬기다가 얻은 상처가 하나도 없는 겁니다. 남에게 준 상처는 있을지언정 주님 섬기다가 얻은 마음의 상처조차도 하나도 없다면 이게 바로 수치입니다. 상처투성이가 수치가 아니라, 상처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수치가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주님 앞에 섰을 때 마치 어린 아이가 아빠에게 어리광피우듯, ‘나, 하나님 아버지 때문에 여기가 아팠어요. 호~ 불어주세요’ 할 수 있는 헌신의 발을 소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을 위해 갈라진 헌신의 발들이 밑에 지탱하고 있는 한, 또한 이 땅의 교회는 절대로 흔들림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