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임원회의의 결의를 거쳐서 삼일 간 개최 한다고 공식적으로 공고되었던 제92회 총회가 2일 만에 폐회되었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유쾌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회의진행에 따라 탄력 있게 총회를 운영하려는 의도에서 그랬으려니 하고 생각하더라도 마음이 찜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우선 총회를 계획할 때부터 정직하지 못하게 계획했다고 사료되며 회의진행 일정도 부실하게 추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총회 대의원들에게 부과하는 회의비 산출은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기간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번 총회는 모든 후보자의 단일화로 임원선거가 없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개회성수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것이 기우로 끝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90회기와 91회기에 거쳐 두 차례 “헌장개정전권위원회”를 구성하여 2년간이나 연구 보완한 헌장개정안을 심의하는 중에 예상보다 시간이 경과되어 정작 수년간 논의의 대상이었던 원로목사와 원로장로의 대의원 권을 표결할 때에는 자리를 지키고 있던 대의원 수가 헌장개정의 충족수인 3분지 2에 미치지 못하여서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어느 쪽으로 결정되었느냐? 하는 문제보다 헌장개정 정족수의 미달로 안건이 폐기되었다는 사실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총회 대의원은 개인자격으로 총회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교세 비례로 지방회에서 선임하여 소속 지방회 대표로 총회에 파송 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사정으로 대의원석을 떠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만약 총회기간 동안 처음부터 끝 까지 자리를 지킬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지방회에서 대의원으로 선정되었을 때 사양했어야 할 것이 아닌가? 대의정치에서 이런 무책임한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개정된 헌장에는 내년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은 사람에게는 차기 대의원 심사에서 자격을 주지 않는다고 하니 한번 지켜 볼 일이다.

지방회로 부터 파송을 받아 자기자리를 지키지 않는 이런 무책임한 대의원들로 말미암아 총회는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목적을 가지고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합법을 가장한 불법을 행사 하도록 빌미를 제공해 주는 결과가 되고 만다. 이러고도 총회의 결과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는가? 아니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자신의 무책임한 행위로 말미암아 발생한 총회의 파행에 대하여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회의 중요 이슈는 “절차와 과정”에 대한 문제이었다. 학교법인 성결신학원 이사장의 문제나 법제부 유권해석의 문제, 그리고 전 회기 총회의 인사문제가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절차와 과정의 문제로 결의된 사항을 무효화 시켰다. 그것도 소수의 사람들로 말이다. 어떤 의안이 결정된 것을 번복(무효화) 하려면 번안을 발의하고 출석대의원 3분지 2의 동의로 할 수 있다. 절차와 과정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시정하겠다고 또 절차와 과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악순환만 가져올 뿐이다. 새롭게 구성된 새 임원들에 의하여 시작되는 제92회기 총회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절차나 과정이 정당할 때만이 질서가 세워진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