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철 목사 (청지기교회)

홰를 치며 외마디 비명 같은 울음을 우는 닭의 소리와 함께 짙었던 어두움은 물러가고 만물가운데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말라기 이후 400년간 암흑기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 어두움의 무게만큼이나 찬란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그 가운데 잉태되어 있었고,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와 함께 역사의 새로운 시작을 밝히게 되었다.

오늘날의 한국교회에 이상 경보가 울리기 시작한지 꽤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개신교의 교세는 정체를 넘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신학생들의 교회 개척 시기는 점점 늦추어지고, 학생 수 대비 개척되는 교회의 수도 점점 줄고 있다. 교회는 이제 거대한 핍박보다는 세속주의라는 물결에 휩싸여 자기 정체성을 걱정해야 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오르내리는 교회 및 목회자의 타락상은 필자가 목사라는 것을 종종 부끄럽게 만든다. 그러나 교회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어도, 하나님은 결코 교회를 포기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마침내 교회를 정화시키셔서 위대한 하나님의 추수를 완성시키실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늘날에도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필요하다.

당시에 광야에 외치는 소리였던 요한은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고 했고, 내 뒤에 오실 그분을 믿으라고 외쳤다. 즉 그는 그의 삶과 외침을 통해 사람들이 죄에서 돌이켜 하나님을 향하게 만들었고, 구원의 주이신 예수님을 믿게끔 만들었다. 자신의 제자들까지 기꺼이 예수님을 따라가게 만들었고, 예수님은 흥하고 자신은 쇠하는 것에서 기쁨을 찾았다.

우리나라에 와서 복음을 전했던 최초의 순교자 토마스 선교사도 그랬다.영국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처음에는 중국으로 선교를 떠났으나 부인이 유산 후 풍토평으로 죽고, 선교팀과의 불화 속에 적응을 못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2년 뒤 조선을 마음에 품게 된 그는 1866년 8월 27일에 26살의 나이에 제너럴셔먼호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몸을 싣는다. 그러나 모래톱에 좌초된 배는 불에 타올랐고, 탈출하던 중 9월 2일에 조선 병사 박춘권에게 성경을 내밀었지만 죽임을 당했다.

그는 순교하기 전 12살의 최치량에게 성경 3권을 주었다. 겁이 난 최치량은 영문주사 박영식에게 성경을 주었고, 그는 성경을 벽지로 사용하였다가 그 집이 후에 최치량에 의해 매입되어 여관으로 사용되던 중, 선교사들의 거처가 되어, 바로 그곳이 평양 최초의 교회인 널다리골 교회가 되는 역사를 맛보게 되었다. 최치량과 박영식이 연이어 복음을 받아들였고, 박춘권은 널다리골 교회의 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괴로움을 견딜 수 없어서 마펫 선교사를 찾아가 참회하고 예수님을 믿고 영주교회의 영수로서 평양 부흥에 헌신하였다. 널다리골 교회는 성장하여 장대재교회가 되었고, 이후 그 터 위에 더 큰 교회를 지었는데, 바로 그 교회가 1907년 대 부흥운동이 일어난 장대현 교회이다.

우리가 외치는 소리가 어쩌면 미약해 보일지 모른다. 그리고 언제 싹이 나서 열매를 볼지 막막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 외침이 유일한 생명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세가 여호수아를, 엘리야가 엘리사를, 세례 요한이 예수님을 예비했던 것처럼 마르틴 루터의 용기 있는 외침이 교회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던 것처럼, 순교자 토마스 선교사의 헌신이 대부흥을 예비하였던 것처럼 우리의 외침이 한 영혼의 구원과 교회의 부흥, 나아가 예수님의 다시 오실 길을 예비하는 초석이 될 것임을 믿으면서 오늘도 너와 내가 힘을 모아 외치기를 멈추지 말자. 우리 성결교단이 이 시대에 하나님이 쓰시는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