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현 목사 [안성중앙교회 ]

조선시대의 실학자로서 정치가요 사상가였던 다산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잔잔한 교훈과 감동을 주고 있다. 제1편〈부임〉에서 제4편〈애민〉까지는 목민관의 자세를 다루고 있는데, 마치 목회선신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목민관의 선임의 중요성·청렴·근검절약의 생활신조, 백성본위의 봉사정신 등을 주요내용으로 들고 있다.

목민심서를 쉽게 풀이해 놓은 [다산 정약용의 인생수업]이라는 제하의 책이 출간되었는데 제2장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공자의 제자 중 하나였던 복자천이라는 이라는 사람이 선보 지방을 다스리게 되었다. 그곳에는 그가 스승으로 섬기는 사람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고,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가 관청에 잘 나오지도 않고 거문고나 타면서 지냈음에도 선보지방은 아무 탈 없이 잘 다스려지고 있었다.

같은 공자의 제자였던 무마기라는 사람도 선보지방을 다스리게 되었다. 어찌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 아침 일찍부터 나와 저녁 늦도록 일을 하였다 그런데 어찌된 연유인지 행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얼마 후에 무마기가 복자천을 만나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다.

“나는 부지런히 열심히 일을 했음에도 정사가 원할 치 않았는데 자네는 거문고나 타며 관청에도 잘 나오지 않았는데 잘 다스려진 이유가 무엇인가?”

복자천이 대답하기를 “나는 정사를 사람에게 맡겼고, 그대는 자신의 노력에 맡겼기 때문이네 노력에 맡기면 고되고 사람에게 맡기면 편한 것이라네”라고 웃으며 답했다고 한다.

세상은 누구나 앞서가기를 원한다. 치열한 경쟁관계 속에서 남보다 앞서야 조금 안심이 되고, 성과가 있어야 한 숨 돌릴 수 있다. 가정에서도 내 자녀가 다른 집의 자녀들 보다 조금 더 앞서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남들이 하는 것 보다 한 가지 씩이라도 더 시켜야 직성이 풀린다. 남을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열정을 갖고 부지런히 뛰어다닌다고 해서 과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 내 손으로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다 해야 하겠는가? 오히려 신뢰를 바탕으로 믿고 맡길 때에 좋은 결과를 갖는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며 함께 하는 교회와 가정이 훨씬 더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믿음을 바탕으로 한 소통과 상생의 원리를 되새길 때이다.

어느 작은 연못에 물고기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둘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인지라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물고기들이 조금씩 커지자 한 마리 물고기 마음에 이런 생각을 품게 되었다. 예전에 우리가 작았을 때에는 먹이도 부족하지 않고 사는 게 그만했는데 지금은 먹이도 부족하고 좁아서 저 녀석이 좀 병들어 죽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되었다. 마침내 물고기 한마리가 죽자 그 작은 연못은 일인천하가 되었다.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한 마리도 죽게 되었다. 원인은 다른 물고기 죽은 시체에서 악취가 나고 병균이 생겨서 작은 연못을 오염시켰기 때문이었다.

우리사회는 심각한 갈등을 안고 있다. 보수와 진보, 부유층과 서민, 또 종교 간에도 불신의 담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높게 쌓여 있는 현실이다. 얼마나 담이 높은지 들여다보이지도 않는다. 양보와 용서의 망치를 들고 조금씩 담을 헐자. 그러므로 화해와 신뢰의 터전을 다지고 상생의 집을 짓자.  그리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을 버리고 서로가 믿고, 세워주며, 맡길 줄 아는 교회공동체, 이런 성도가 되기를 꿈꾸며 소망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