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목사 9평화교회)

추수감사절을 지나면 교회는 바빠진다. 자신의 목회현장을 돌아보며, 한 해 동안의 목회활동과 교회의 사역들을 평가해야 하는 때이다. 사람들을 겪을수록 ‘신앙은 반응이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떤 사람이 탁월한 신앙인인가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반응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보통 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건이 발생할 때 보이는 그의 반응은 그 사람의 신앙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교회처럼 평가에 인색한 조직이 없다. 또 목회자들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예민한 반응들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건전한 평가는 조직을 앞으로 나가게 하고, 때로 지난날의 실패를 거울삼아 승리하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평가받으려 하지 않고, 좋지 않은 평가가 나와도 애써 감추려 하거나, 자신을 위장하여 태연한 체 하려 한다. 

목회자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들의 반응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당장에 요즘처럼 결혼식이며 단풍놀이 시즌에 주일예배 출석수가 현저하게 줄면 저녁에 돌아와 걱정들을 하게 된다. 재정부로 부터 그 주간에 헌금액 줄었다는 보고를 받으면 마음을 졸이며, 누군가 주일의 설교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전달하려들면 손 사례를 치며 거절하거나 당장에는 애써 웃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속으로 상처를 받게 된다.

나 역시 솔직히 교회에서 누군가 쓴 소리 한마디 한 것을 들으면, 그 앞에서는 ‘미안 합니다’ ‘감사 합니다‘고 받아드리는 것처럼 말하고는 집에 돌아와서는 양치질하면서도 그의 말을 곱씹게 된다. 그리고는 하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변명을 화장실 거울 앞에서 스스로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아 부끄럽다.

목회자들은 자신이 목회대상으로 여기는 성도들로부터의 반응에 예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매슬로((Maslow)의 욕구이론을 인용하지 않아도 본래 인간의 기본욕구 가운데 하나가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인정과 긍정적인 반응을 원한다고 하지 않는가? 특히 교회 안에서만 자라고 배우고 생활하고 일하는 목회자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산전수전 겪은 평신도들 보다 속이 좁기 마련이다.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면 금세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다가 정말 조심스럽게 전하는 성도들의 말 한 마디에 속상하며 마음 아파하는 것이 대부분 목회자들의 심리이다. 물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또 동기유발이나 목회 추진력을 얻는데 건설적인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목회자들이 인정받으려고 실적을 부풀리거나 과장한다든지, 성도들의 반응과 평가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귀담아 듣게 되면 그는 안정감도 사라지고 목회활동에 여유를 잃게 된다.

연말이 되기 전에 그리고 새해 목회계획을 세우기 전에 목회를 돌아보고 교회 모든 현황에 솔직한 평가를 해 보아야 한다. 우리교회에서는 작년에 정책당회를 앞두고 목회 평가를 가져본 적이 있다. 20대에서부터 70대까지, 남녀를 포함해서 설문지를 나누고 수집하여 보았다. 첫째는 교회이미지에 대해, 둘째는 매우 조심스럽지만 목회자의 설교에 대해, 셋째, 예배와 교육기관에 대해, 넷째, 교회당 건물 활용도에 대해, 다섯째, 기관 활동에 대해서이다.

익명으로 응답하되, 직분만 적도록 하고, 설문지 색만 바꾸어 제출하게 했기에 연령별 집계가 쉽게 나왔다. 대부분 기대치 이상은 나와 감사했지만 그래도 뼈아픈 충고도 많이 나왔다. 당장에는 오해를 풀고 싶고 야속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발전의 기회, 목회에 충실하겠다는 다짐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사실 우리의 평가는 종국에 주님이 하실 일이다. 그러나 현재 나와 함께 동역하는 이들의 진솔한 평가도 외면할 수 없다. 그래야 교회는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