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호 목사 [진주갈릴리교회]

교회들마다 오늘 대강절 네 번째 초를 밝혔다. 이제 세밤만 자고나면 촛불 다섯 개를 밝힐 것이다. 한 달 동안 촛불을 밝히면서 다시 한 번 임마누엘로 우리들 곁을 찾아오신 주님을 깊이 묵상하였다. 참으로 주 예수님만이 영원토록 희망을 주시는 분이심을 마음에 되새기고 감사를 드린다. 나는 상당히 긴 시간을 바다를 가까이 하며 살아 왔다. 힘차게 태양이 솟아오르는 아침바다 황혼에 붉게 물든 저녁바다는 장관이다. 바다는 잔잔한 때도 있지만, 때로는 거센 파도가 일어 무서운 바다도 있다. 또 어떤 때는 일주일을 항해해도 작은 섬 하나 볼 수 없는 넓은 바다도 만난다. 그런가하면 갈매기들에게 밥(새우깡)을 주며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바다도 만난다.

그런데 어떤 바다든지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인도해 주는 것은 등대다. 만약 등대가 없다면 캄캄한 밤에 항해하는 배들은 절망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등대는 캄캄한 밤, 거센 파도를 헤치며 항해하는 배들을 안전한 항구로 인도해 주는 고마운 것이다.

대강절 네 번째 주일날 설교를 시작하며 ‘무당벌레 재단’ 이야기를 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한나 테일러’가 다섯 살 때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거리를 지나가다가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먹는 노숙인을 보게 되었다. 그 광경을 본 한나의 마음에 이 세상에서 뭔가 잘못된 것을 느 꼈다. 그래서 한나가 엄마에게 “누가 그들을 돌보시나요?” 라고 묻자, 엄마는 딸에게 “네가 뭔가를 도울 것이 있을거야”라고 말해 주었다.

다음날 학교에 간 한나는 담임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의 목록을 적어 보았다. 한나는 그들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깨달은 한나는 처음에 아주 작은 그룹에서 소수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러다가 3년 뒤 배고픔, 가난, 무주택과 싸우기 위한 교육과 기금마련을 목적으로 ‘무당벌레 재단’을 설립하게 되었다. 그 후 한나는 학교나 단체에 가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 대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강연을 했다. 그러며 자원봉사자들과 계몽운동과 모금운동을 하며 소외 된 사람들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을 환기 시켰다.

그러나 한나는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노숙인들을 친구로 대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한나는 노숙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하나의 작은 희망의 불꽃이 된다고 믿고 있다. 이렇게 무언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마음이 곧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돌봄의 마음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2004년에 시작된 무당벌레 재단은 현재 200가지 이상의 사역을 하고 있다. 캐나다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1만 6천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노숙인들의 필요에 대해 이야기하고, 2백만불 이상의 기금을 모아서 노숙인들을 위해 40곳 이상의 쉼터와 음식 무료배급소 등으로 그들을 돕고 있다. 지금 한나는 열여섯살에 불과하지만 여러 곳에서 강연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호란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데, 지금 너무나도 거센 파도에 시달리고 있다. 온통 주위는 너무나도 캄캄해서 앞뒤좌우를 전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게다가 여러 명의 함장들이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좀 더 이런 식으로 항해하다가는 무슨 사고가 날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배를 함께 타고서 이리저리 시달리면서 정신없이 어디론가 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영원한 희망의 빛이신 주님의 음성이 들려오지 않는가?

우리의 희망,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것을 기다리는 성결교회가 희망을 뿌리는 등대들이 되길 원하신다고.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라”(마5:14;16).
주여! 희망의 등대들이 곳곳에 많이 세워지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