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희 사모 [예성사모찬양단]
전철도 버스도 없는 새벽! 쌀쌀한 공기를 가르고 달려 나와 택시를 탔다. 필리핀의 보라카이로 선교여행을 떠나는 길이다. 제8회 정기연주회 ‘그리스도의 증인’이란 주제를 가지고 39명의 선교단원이 해외선교를 위한 나들이였다. 고용복 목사님의 인도로 도착예배를 드린후 이튿날 아뗌따파 선교지로 출발했다. 울창한 숲속에 꼬불꼬불 오솔길을 구비 구비 돌면서 해발 800미터의 고지를 탈환하니 교회가 보였다.
“아! 선교지역이다.” 반가웠다. 설레였다. 믿음과 소망으로 가슴 벅찬 시간, 뻐근한 힘이 솟구쳤다. 97명의 이름을 따서 지은 교회 이름 ‘아뗌따파’라 했던 것 같다. 학교를 모르는 100명에 가까운 어린이들이 오진환 선교사님의 사랑과 정성으로 학교를 열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교회는 한인교회 남녀노소가 시멘트를 이고 지고 건축자재를 손수 날라서 완공을 했다고 한다.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는 아뗌따파 교회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셋째날 저녁, 보라카이 한인교회에서 삼일예배를 드리며 연주회를 가졌다. 임정희 사모의 사랑으로 분홍드레스를 입고 출연했다. 에벤에셀 외 다섯곡을 연주했다. 조화로운 하모니로 음색까지 고왔다. 참으로 성스러웠다. 온 세상에 주의 이름 전하세! 곡조 있는 기도로 읊어 댔다. 우린 모두 천사가 되었다. 마치 천사들의 찬양이었다. ‘호흡이 있는 자 마다 여호와를 찬양하라’하셨기에 순종의 미를 거두었나 보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겼다. 쪽빛 바닷물에 신기하게 느껴지는 낭만의 돛단배들 순항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 풍경은 마치 갈릴리 호수를 연상케 했다.
그런데 우리 일행은 필리핀일대에 몰아닥친 최악의 태풍 하이옌으로 발이 묶였다. 태풍은 정말 무서웠다. 야자수 가지가 90도 145도로 꺾여 지고 있었다. 밖을 보며 숨죽이고 있던 우리들에게 ‘회개하라!’는 하나님 음성이 들려왔다. 우리 모두는 용서를 빌었다.
바람은 멈추지 않고 145도 이상으로 꺾어지며 ‘더 회개하라’ 하신다. 머리를 풀어 제친 여자처럼 산발하고 야자수 가지가 꺾어진다. 무서웠다. 방안을 침묵의 시간으로, 회개의 시간으로 깔아 놓았다.
무겁게! 더 무겁게! 어둡게! 더 어둡게! 무섭게! 더 무섭게!
“사모님들! 회개와 용서를 구합시다.” H사모님 K사모님 차례로 회개와 용서를 구하는 깜짝 부흥회는 열렸다. “우리들의 잘못이 있거든 낱낱이 고하고 모두 회개시켜 주세요.” 하고 회개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은 우리의 다급한 기도를 들으셨다. 새벽을 지나서야 바람은 잦아들고 용서의 기쁨을 주셨다. 중심을 꿰뚫어 보시는 아버지께 용서 받은 심령으로 다 같이 손잡고 뜨겁게 기도하고 조용히 자기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감회 깊은 심정으로 깔리보 공항으로 이동했다. 1만 여명이 모인 공항에서도 오 선교사님의 특별한 지혜와 배려로 일사천리로 수속을 마치고 군중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개찰을 마쳤다. “오선교사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또 기도 드렸다.
드디어 탑승신호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총총 걸음으로 11월 12일 0시 45분 J078기에 탑승하고 물도 주지 않는 기내에서 반팔에 덜덜 떨며 우리는 사랑하는 성도와 가족이 애타게 기다리는 품으로 다시 고국 땅을 밟았다.
참으로 뜻있고 보람찬 선교활동을 돌아보며 주님만을 구주로 모시고 사는 “그리스도의 산 증인 되게 하옵소서. 호흡이 있는 한 여호와께 찬양과 기도로 영광 돌리게 하소서”라고 기도 드렸다.
필리핀의 태풍피해를 도움의 손길로 응원해주시길 기도하며 8박9일의 다사다난했던 여정을 뒤로 하고 보라카이 선교는 꿈속에 남기기로 했다.
마중 나온 사랑하는 가족의 영접을 받으며 인천공항을 빠져 나갔다.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이 있기에 더욱 행복한 시간으로 오래 간직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