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실 목사 [비산동교회]
 
교회의 사역 중에 중요한 것 하나가 치유하는 사역일 것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행하신 사역 중에 소위 ‘3대 사역’이라는 것이 있는데, 말씀선포와 가르침과 병든 자와 약한 것들을 고치는 치유사역이 바로 그것이다. 세 가지 사역이 모두 중요하고 필요했지만 대체로 많은 시간과 열정을 다 쏟은 사역이 바로 치유의 사역이었음을 성경 복음서는 잘 증언해주고 있다. 예수님은 가는 곳마다 세상의 의술과 약으로도 고침 받지 못한 육신적, 정신적으로 각색 병든 자들을 다 고쳐 주셨다. 이렇듯,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교회는 마땅히 치유의 사명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떤 종류이든 모두가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마음의 아픔과 상처는 불안한 마음과 정신적 상처인 우울증이 문제요인으로 나타나게 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인간의 불안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불안은 모든 인간이 거의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아픔이며, 현실적 생활의 위협에서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보다 중요시해야 할 것은 신경증적 불안의 문제이다. 이러한 불안은 일종의 비현실적이며, 가공적인 기분에서 초래된 불안으로 위협적인 환경을 가상해서 만들어 내는 것인데, 과거의 직, 간접경험을 근거로 불안한 상황을 예측해서 느끼는 불안인 것이다.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실종자들의 시신조차 모두 수습되지 못 한 채 애를 태우고 있고, 여전히 많은 유가족들은 아픈 마음을 부둥켜안고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수색현장에 머물고 있다. 그로 인하여 발생한 심리적 불안과 정신적 우울증 같은 2차 피해와 고통을 갖게 된 가족을 위시한 친척들과 이웃들까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시퍼렇게 멍이든 가슴들이다. 안타깝다는 말로는 설명될 수 없고,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비통한 아픔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두 주 전에 성도들의 정성어린 성금을 모아 전달하려고, 안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에서 기독교 동아리 지도교사와 학생을 만나 이렇게 물어보았다. “요즘, 학교의 분위기는 어떠세요?” 했더니, 겉으로 보여 지는 학교 분위기는 예전과 비슷한 것 같으나,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깊은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되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고, 전문적인 치유사역이 절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였다.

세월호 사건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는 누가 치유해야 하는가? 또한 불안과 우울증 같은 미래의 확실한 소망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갖게 되는 현대인들의 아픈 마음의 상처를 누가 치유해야 하는가? 치유사역은 삶의 현장 속에서 언제나 필요하다. 적어도 “우는 자와 함께 울라”(롬12:15)는 가르침대로, 그들의 아픈 마음의 상처를 어떤 모습으로든 치유하는 노력을 교회가 감당해야 할 것이다. 교회와 목회자는 비상한 말씀과 기도와 여러 가지 해결방법들을 가지고 있다. 영혼의 치유와 더불어 정신적 치유를 위한 해답을 언제든지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도 베드로는 성전 미문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의 근원적인 문제를 치유하므로, 그가 걷기도 하며, 뛰기도 하며, 하나님을 찬양했던 것을 본다. 예수님은 우리를 치유하시는 위대하고 유능한 대 의사이셨다.

오늘날 교회와 목회자도 우리 시대의 고질병인 불안과 우울증을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능력의 말씀으로, 기도와 목회상담으로 치유할 때, 교회는 더욱 건강해지고, 아름다운 믿음의 이야기들로 풍성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아픔을 걷어내고, 상처를 치유하는 교회가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