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

몇 년 전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정신이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법정 스님이 말한 무소유의 개념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이상의 많은 것을 갖지 않는 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도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소유의 개념은 그리 환영받을 만한 가치는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소유의 가치가 종교의 벽을 넘어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현대인들의 탐욕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인들은 지나칠 정도로 탐욕적이다.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이전투구 하고 있다. 소금물을 들이킨 사람처럼 소유욕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했다. 특히 사회의 지도층들, 남보다 더 가진 자들이 심하다. 게다가 종교지도자들까지, 그중에 목회자들이 탐욕적 인간으로 비쳐지고 있다. 물론 일부라고 생각은 하지만 세인들은 대부분 다 그렇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와중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삶이 조명되고 감동의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상대적으로 기독교에는 왜 이런 지도자가 없느냐는 한탄의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기독교 지도자들, 특히 목회자들 중에 이 정도의 삶을 사는 분들은 사방에 적지 않게 숨어있다. 단지 매스컴의 조명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몇몇 대형교회의 부도덕한 재벌급 목회자들 때문에 무소유의 가난한 목회자들까지 도매금으로 욕먹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나칠 정도로 목회자에게만 청빈과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해도 목회자는 복음을 위해 그런 삶을 살아내도록 부름 받은 존재다. 이런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데도 과도한 요구라며 버티고 있다면 지지하며 박수쳐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이 같은 삶이 목회자의 몫만은 아니다. 목회자가 아닌 그리스도인들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제자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무리가 예수님을 따르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예수님의 제자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수님은 제자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적인 부귀영화를 약속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십자가를 지고 따르지 아니하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고 하셨다. 주님의 제자가 되려면 가족도 버리고 모든 소유를 버려야 하며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님을 따르는데 장애가 된다면 다 버리라는 것으로, 철저하게 무소유를 지향하지 않고는 주님의 제자로 살기에 합당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주님이 말씀하는 무소유의 개념은 하나님 나라와 그 복음을 위해서라면 다 버릴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주님의 제자 되어 십자가를 지고 복음을 위해 사는 사람은 소유에 연연할 수 없다. 십자가 사랑의 은혜가 그런 사람으로 살게 한다. 십자가 사랑을 알면 성경에서 가르치는 무소유의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만나 참 제자가 된 사람들은 예외 없이 그렇게 살았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이라 하면서 소유욕에 침착되어 탐욕적으로 사는 사람을 주님의 제자라고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가지고 누려야 만족할 것인가. 어떤 형편에도 자족했던 사도 바울,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고”했던 바울의 삶에서 지혜를 얻자. 탐욕을 부려 더 가진다고 내 것이 되는 게 아닌 것을 예수 믿는 사람이라면 모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닌 하나님의 소유라고 입버릇처럼 말만하지 말고 청지기 인생으로 돌아가야 한다. 원래 처음부터 무소유자가 아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