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량 목사  / 세광교회

살아갈 날보다 살아 온 날이 길어 되짚어보니 생각 없이 되는 대로 살아온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무식하면 용기라도 있다는데 용기도 없이 살아왔으니 말이다. 세월호로 인하여 정치, 경제, 사회가 끌려 다니다가 이제는 광화문 광장에 소수의 무리들이 끝을 붙잡고 있다.

희생자가 많아서 이렇게 온통 난리들이 났을까? 아니면 무능한 구조팀들이 한심스러워서 그랬는가? 정치인들이 하는 꼴들이 답답해서 그랬을까?

더 한심스러운 것은 종교인들이, 아니 목사들은 무엇을 했는가? 온통 눈물과 한숨, 자괴감으로 가득 차 있을 때 그들에게 무엇을 제시했는가? 그들의 상처를 쓰다듬을 해답을 제시했는가? 약자의 편에 서서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욕을 하고 혀를 차며 돌을 던지는 정도로 모든 것이 다 되었는가?

마태복음 17장에 간질병으로 고통당하는 아들을 제자들에게 데려왔으나 제자들은 고치지 못하자 아버지는 예수에게 와서 엎드려 “내 아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그가 간질로 심히 고생하여 자주 불에도 넘어지며 물에도 넘어지는 지라. 내가 선생님의 제자들에게 데리고 왔으나 능히 고치지 못하더이다.” 하소연 했다.

예수님은 “그를 이리로 데려오라” 하시고 이에 꾸짖으시니 귀신이 나가고 아이가 그때부터 나았다. 제자들이 조용히 예수에게 와서 “우리는 어찌하여 고치지 못하였나이까?” 물었다. 여기서 제자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왜 우리는 해결하지 못했을까? 왜 그들의 아픔을, 눈물을 닦아주지 못했을까? 왜 그곳에 함께 있지 못했는가?

세월호 사건에 종교지도자들, 내로라하는 목사들이 아무것도 못하여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며, 고민하며 ‘왜 못했는지’ 그 무능을 인정하고 조용히 하나님 앞에 물어보아야 하지 않았던가...
요한복음 8장에 음행 중에 잡힌 여자를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예수께 끌고 와서 “선생이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의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했는데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했다. 이보다 긴장된 순간이 또 있는가?

군중들은 양손에 돌을 들고 무섭게 예수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그 돌을 던질 기세로 있을 때 예수님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는 돌로 치라” 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하나씩 하나씩 그 자리를 떠나고 예수님과 그 여자만이 남았다. 얼마나 통쾌한 해결인가?

그녀는 죽어야 되지만 예수님은 그녀를 돌 맞아 죽을 운명에서 멋있게 탈출하게 하셨다.
이런 해답을 세월호를 당한 이 민족들에게 종교지도자들은 제시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는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세월호 사건에 돌을 던지는 데는 기가 막히게 훈련되었지만 문제의 해결을 하는 데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다. 이 모습이 이 땅의 지도자들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에게 돌을 던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잔인하게 냉정하게 던지던 돌을 나에게 던져야 한다.

이마에 피가 나도록 어디 한 쪽이 부서지도록 돌을 던져야 한다.이제 지도자들이 문제에 돌을 던지는 한심한 모습은 버리고 문제의 해결을, 멋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으로 거듭나야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얼마 남지 않는 세월에 사용하자. ‘참 멋있다’라는 소리를 들
어보자. 목사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