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연감에 기록된 교회 수는 약 6만 교회, 목회자 수는 13만여명에 이른다. 그리고 매년 정규신학대학과 약 300여개의 무인가 신학교에서 배출되는 목회자 수는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각 교단마다 목회자 공급 과잉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교회마다 난감한 일이 하나 있다. 부교역자들의 임지문제이다. 겨울로 가는 11월은 부교역자들에게는 유난히 추울 수밖에 없다. 각 교회들이 사무연회를 전후해 부교역자들의 임명을 놓고 고민을 한다. 교회의 재정상태, 부교역자들의 능력, 충성도, 그리고 활용도 등을 놓고 평가를 해서 부교역자를 청빙 하거나 재임명을 한다. 이 과정에서 부교역자들은 마음을 조려야 한다.

‘주의 종’이 되겠다고,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겠다고 해서 신학을 하고 전도사가 되고, 목사가 되었건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부교역자들이 맘 편하게, 눈치 안 보고 소신껏 주의 종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사역한다는 것이 용이하지가 않다. 임기가 보장 안 되는 부교역자직은 말 그대로 임시직일 수밖에 없다.

교회들마다 여러 사정이 있고, 매년 신학교를 졸업하고 임지를 찾는 부교역자들은 넘쳐나기 때문에 사실 부교역자들이 임지를 찾는다는 것은 매년 더욱 힘든 상황이다.

사역은 부르심이다. 누가 교역자를 불렀는가? 목사님이? 당회가? 아니면 교회선교위원회가 불렀는가? 아니다. 하나님이 부르셨다. 담임목사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으면 부교역자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 하나님으로부터 다함께 부르심 받은 고귀한 부르심으로 인해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담임목사들은 부교역자가 사명감이 없다고, 헌신적이지 못하다고, 자기형편만 앞세우며 이기적이라고 불만이 많다. 부교역자들은 사례가 적다고, 일이 너무 많다고, 운전만 시킨다고 불만이 많다. 또 교인들도 담임목사나 부교역자에 대한 불만이 많다.

교회는 온전한 곳은 결코 아니다. 목사도, 부교역자도 그리고 교인들도 다 온전하지는 않다. 바로 그 온전하지 않은 곳에서 하나님의 온전하심을 바라며 그 온전함으로 향해 나아가는 곳이 교회다. 그 과정에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각자의 부르심을 존중해주는 가운데 부교역자들이 소신껏 사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대부분 부교역자들의 임기는 1~2년이다. 교회에서 계속 사역을 하려면 매년 담임목사와 당회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교역자들은 소신껏 사역을 하기보다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처럼 임지 구하기가 어려운 때는 참 난감하다.

소명을 받은 부교역자들은 스스로 당당하게 눈치를 보지 말고 진정 하나님 앞에서 교회를 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담임목사와 교회는 부교역자를 임시직 고용인 정도로만 알지 말고 진정 하나님의 소명을 받은 주의 종으로 인정해줄 수 있어야 한다.

개척도 어려울 뿐 아니라 현실 속에서 꿈도 열정도 상실해 가는 부교역자들을 교회가 어렵다고 해서 내보낼 생각만 하지 말고 주의 종으로서 ‘역량’을 배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