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목사 [구성교회]

사단이 사람을 무너지게 하는데 상투적으로 쓰는 무기가 있다. 그것은 절망하게 하는 것이다. 절망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어 나누고자 한다.
옛날에 서양의 왕들은 광대를 두어 외로움을 달랬다고 한다. 왕의자리가 실상은 많이 외로운 모양이다. 그래서 왕도 사람인지라 농담도 하고 싶고, 장난도 치고 싶은데 신하들과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왕에게 광대를 두어서 왕과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칠 수 있도록 법으로 허용해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번은 어느 광대가 왕에게 지나친 농담을 하고 말았다. 순간 왕은 기분이 상해서 광대를 혼내주려고 생각했다. 평소에 농담과 장난을 좋아하는 왕은 광대에게 사형을 선고해 버렸다. 그러나 광대는 농담인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그런데 얼마 후 왕의 말을 농담으로 알아들었던 광대는 실제로 형장에 끌려갔다. 사형장에는 시퍼런 칼을 든 사형 집행관이 서 있었다. 집행관은 벌벌 떠는 광대에게 무릎을 꿇게 하고는 천으로 눈을 가렸다. 이윽고 “저놈의 목을 쳐라”하는 왕의 날카로운 음성이 들렸다. 그렇지만 그건 모두 ‘연극’이었다. 왕은 그를 죽일 마음이 전혀 없었다. 왕이 “목을 쳐라” 하는 순간 광대의 목에 칼 대신에 냉수 한 방울을 떨어뜨리라고 했던 것이다. 광대의 목에 찬물이 떨어질 때 왕은 껄껄 웃으면서 “네 이놈 다시는 농담을 함부로 하지 말렸다”하며 광대에게 “고개를 들라.”하였다.

그러나 광대는 끝내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정말 그 순간 죽었던 것이다. 이 광대를 죽게 한 것은 사형 집행관이 들고 있던 칼이 아니었다. “이제는 죽게 되었구나!”하는 전혀 살 희망이 없는 극도의 “절망감”이었다.


“절망이란 싸워야 할 이유도 모르면서 정말 싸워 이겨야 하는 것”이라고 까뮈는 말했다. 그런데 이 광대는 그 싸움에서 진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 광대 뿐 이랴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면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절망하는 일들이 많음을 본다. 그런 현상이 지구촌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우리사회이다.

그 단적인 예가 자살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된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OECD국가 중 1위(인구 10만 명당 22명)이라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의 면면을 보면 얼마든지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입장인 것을 보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정도의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그 보다 더 절망적인 환경에 처한 사람들도 그 어려움과 싸우며 극복하여 좋은 날을 맞이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그에게 닥친 문제가 그에게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절망이라는 극한 감정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여기서 불행한 길로 간 사람들의 입장을 과소평가 하려는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사람의 생명은 소중한 것이며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로서 사람이 함부로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며 또,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골이 깊으면 상대적으로 산이 높은 법인데 그 이치를 터득하기도 전에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치는 일이 안타까워서 한 말이다. 솔로몬은 “네가 만일 환난 날에 낙담하면 네 힘의 미약함을 보임 이니라”(잠 24:10)고 하였다. 세상은 문제가 많고 언제 무슨 일로 충격을 받을 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인생의 힘이 되시고 능력이 되시는 하나님과의 튼튼한 관계(믿음)를 통하여 삶의 근육을 단단하게 다져 놓아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지혜가 된다.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건지시는 자시요 나의 하나님이시요 나의 피할 바위시오 나의 방패시요 나의 구원의 뿔 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로다” (시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