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시간이 똑 같았습니다. 밤낮만 다를 뿐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정 반대편에 있는 파라과이에 몇 분 원로목사님들이 찬양과 봉사를 위해 동행한 권사님들과 열흘 간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 파라과이에 이르기까지 39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파라과이 수도인 아순시온으로부터 다시 차로 4시간을 이동해야 했습니다. 왕복 2차선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다시 7km의 흙길을 달려야 했습니다.
숙소를 배정받고 도착예배를 겸하여 가진 모임 후 김성영 선교사께서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하여 다 귀를 기울였습니다. 좋은 소식이란 오늘 밤에 태풍이 온다는 소식입니다. 우기인데도 4개월 간 비가 오지 않았기에 기다리던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좋은 소식일 수 있습니다.
곤한 몸을 뉘이고 깊이 잠든 밤 요란한 빗소리에 모두 놀라 일어났습니다. 슬레이트 지붕을 때리는 폭우는 물론 천둥 번개에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한밤중에 시작된 장대 같은 빗줄기는 다음 날에도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비가 오면 길이 진흙창이 되어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도 운행하기 어렵습니다. 눈이 덮인 도로나 살짝 얼음이 언 길보다 더욱 미끄럽기 때문입니다. 물론 도보로 이동하기도 어렵습니다. 아가페신학교에서 재학생들과 졸업생인 목회자들이 모이기로 되어 있었지만 엊저녁 개회예배에 참석하고 신학교에서 지낸 사람들 외에 다른 사람들은 올 수가 없었습니다.
복음 선포를 통한 성령의 단비 못지않게 가문 땅에 내리는 폭우가 그들에게는 축복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오신 목사님들이 단비를 몰아왔다고 기뻐했습니다. 파라과이 사람들의 주식인 만디오까(다른 이름으로는 카사바)를 캘 수도 없을 정도로 굳어진 땅이 단비를 받아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졸업생 현지인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에 가서 가지기로 했던 저녁 부흥회가 취소되었습니다. 차로 한 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데 도로 사정이 허락지 않아서였습니다. 부흥회는 신학교에서 빗속에 진행되었습니다.
날씨가 궂음에도 불구하고 모임은 기쁨이 넘쳤습니다. 기다리던 단비와 함께 특강, 강의, 부흥회로 이어지는 복음 선포가 모인 사람들에게 큰 축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집회가 계속될수록 모임에 참석하는 숫자도 늘어갔습니다.
잔치 끝 날이 큰 날이라 했던가요. 집회 마지막 날에는 날이 개고 햇빛까지 찬란하게 빛나니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풍성한 잔치 음식도 모인 이들에게 또 다른 기쁨을 선사했습니다.
신학교에서의 집회 일정이 끝나고 수도인 아순시온으로 이동하기 전 졸업생들이 목회하는 교회들을 방문했습니다. 그 중 한 곳은 폭우로 부흥회가 취소되었던 교회입니다.
교인들이 흙벽돌을 찍어 지은 교회가 우기에 비가 올 때마다 조금씩 무너져 건물이 위태롭게 되자 현존하는 교회 겉에 또 다른 건물을 지어 덮어씌우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교회 건물 안에 또 교회가 있는 이상한 모습이었습니다.
10년 동안 신자들이 작은 정성을 모아 짓고 있는 교회 내부 바닥은 아직도 쌓인 흙무더기를 정리하지 못해 흙바닥 위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아순시온 교외의 빈민지역에서 26년 째 이어지고 있는 아동사역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공원 나무그늘 밑에 모인 5~60명의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간식을 나눠주며 사역하는 현장이었습니다. 마약과 절도 등으로 소망 없이 지내던 아이들이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자녀손들을 데리고 옵니다. 15, 6세면 엄마가 되어 아이를 안아들고 오니 참석하는 대상이 3대째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파라과이를 오가는데 이틀이나 소요되니 열흘간의 선교여행이 강행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선교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세계 최대의 폭포라고 하는 이과수폭포를 방문했습니다.
아순시온에서 브라질까지 차로 7시간이 걸렸고, 아르헨티나까지 또 몇 시간이 소요되니 육로여행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빡빡한 일정을 잘 소화해낼 수 있었으니 감사한 일입니다.
기도해주신 동역자들과 성도들 덕택에 복음 들고 바다를 넘어 김재용, 성기호, 강의구, 조원집, 곽효선 목사님과 장임순, 장지은 권사 자매가 보람을 안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던 오지의 선교사 김성영, 박용순 선교사 부부에게도 위로와 격려가 컸을 것으로 압니다. 32년 전 파라과이에 갔을 때 20개월, 5개월이던 아들들이 잘 커서 아버지의 든든한 선교동역자가 된 것을 보고 감사했습니다. 파라과이 외에도 세계 여러 곳에서 외로이 그러나 묵묵히 맡기신 사명에 따라 헌신하며 수고하시는 선교사님들을 잊지 말고 기도와 후원을 해야 할 책임이 고국의 교회와 성도들에게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성기호 목사 / 성결대 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