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주준성 선교사
올해로 저희는 알바니아에서 선교사로 살아온 지 24년이 되었습니다. 선교사로 헌신하며 하나님께 어디로 가야 할지를 물었을 때,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자리”라는 부르심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곳이 오지나 정글일 거라 생각했지만, 정작 선교사들이 가장 꺼려했던 곳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 ‘선교사를 돕는’ 자리였습니다.
당시 한국 교회는 수많은 선교사를 파송했지만, 그들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부족했습니다. 단순한 사무가 아니라 선교학적 식견과 현장 경험을 겸비한 전략가가 필요했지만 준비된 일꾼은 드물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빈 자리를 저희에게 보여 주셨고, 저희 부부는 먼저 선교사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며, 언젠가 다른 선교사들을 세우고 돕기 위한 사명을 준비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누구보다 철저히 준비되기를 원했습니다. 선교대학원과 선교 단체에서 훈련을 받으며 타문화권 이해, 상황화, 선교 전략 등 다양한 접근을 배웠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섬기는 선교사들과 교제하며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살아 있는 선교학’을 배웠습니다. 결국 알바니아 땅으로, 20대 후반 두 어린 자녀와 함께 들어가 낯선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선교적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 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낯선 문화와 언어습득, 팀 사역 속 갈등과 절망, 교통사고와 질병, 재정적 어려움, 파송 교회의 지원 중단 등 많은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집시 교회 개척, 문서·방송 사역, 자연농법과 양계, 교회 건축, 시니어 리더십으로 선교공동체 섬김 등 다양한 사역 속에서 하나님께서 선교사의 여러 삶을 경험케 하셨습니다.
선교 현장은 단순한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성을 지니며, 결국 ‘사람을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이해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또한 좋은 동역자들과 교회들, 현지 공동체와 함께하며, 선교는 결코 개인의 일이 아닌 ‘하나님의 백성이 함께 이루는 공동체적 사명’임을 체득했습니다.
돌아보면, 선교사로 살아온 것은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은혜로 허락하신 길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는 말씀은 저희 삶에서 경험한 진리였습니다. 하나님이 아니었다면 걸을 수 없었던 길, 그 길을 끝까지 인도하시며 사용하신 은혜 앞에 감사할 뿐입니다. 이제 앞으로의 날들은 ‘보상’을 기대하기보다, 받은 은혜에 ‘보답하며 살아가는 삶’이 저희 가정의 사명이 될 것입니다.
이번 연재의 마지막 글을 맺으며, 저희를 각각의 시기에 파송하고 섬겨 주신 남부교회, 평화교회, 필그림교회, 복된교회, 그리고 기도와 물질로 동역해 주신 여러 예성 교회와 성도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삶과 사역 속에서도 하나님은 교회의 헌신을 통해 알바니아 땅에서 복음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이 모든 길은 사람의 열심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글에서 나눴던, 18개월 때 선교지로 가서 큰 사고로 목을 다쳤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회복한 큰아들의 대학 1학년 시절 간증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저희 가정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신실하게 역사하신다는 증거를 나누고자 합니다. 그것은 곧 선교가 한 세대의 일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 가는 사명임을 다시 확인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