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동 목사(성광교회 원로)

신묘년 토끼해란다. 거북이는 토끼를 용궁으로 유인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토기는 용왕까지도 깜빡 속인 재간둥이다. 그러나 세상은 재간이나 술수나 말 농간으로만 살 수는 없지 않는가. 그토록 말 많던 지난해도 서산으로 사라졌다. 크고 작은 국가적 재난도 정치적 난장판 게임도, 사회, 교육, 종교, 이념의 소용돌이는 지친 듯 떠났다. 그러나 상처는 아프기만 하다.  종교적으로는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찬반과 북한 비판에 대해 진보계의 일부 사제 25명이 교구장 물러나라고 성토 성명을 냈다. 이것은 한국 천주교의 항명이요 비극이다.

불교 조계종은 국가 예산편성에서 ‘템플스테이’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고 줘도 안 받겠단다. 왜 불교에만 보조 하는가 그것도 형평성의 위배다. 그렇다고 구교, 신교, 기타 타종교에서 반대성토 내지 성명을 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러나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확산되는 구제역과 AI의 확산은 끝이 안 보인다. 초등학생이 싸움 말리는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았고 여교사는 얼굴을 맞고 피를 흘렸다. 이게 뉘 탓일까? 진보성 무지무식한 전교조 교육감들의 대책 없는 체벌을 없애는 방침에서 비롯된 폭동이다.

정치권의 망발을 보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MB는 정주영 회장이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라고 직설적인 비판을 가했다. 그렇다면 DJ의 하수인 역할을 그리도 잘 해서 감옥살이까지 했는가? 민주당의 최고위원인 천정배 의원은 “서민 다 죽이는 이명박 정권은 말이라도 잘하지, 헛소리 개그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겠나, 응징해야 되지 않겠나,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구태여 삼강오륜을 논하고 싶지 않다. 한 나라의 통수권자를 매도하되 너무 심한 독설이 아닌지, 성경은 ‘이성을 잃으면 짐승과 같다’고 했다. 옛날 같으면 능지처참해야 할 죄목이요, 삼족을 멸할 역적이다.

우리 교계는 어떤가, 방지영 원로목사는 회개를 촉구했다. 성화의 감리교는 교권 싸움에 몇 년간 두 동강 난 총회를 유지하며 법정싸움으로 장로교 장로를 법정 감독대행으로 총회가 유지되고 있다. 남의 탓 할 것 없다. 세상을 탓 할 자격도 기독교는 없다. 왜 깨끗해야 할 기독교가 먹물을 온통 뒤집어 쓴 채 신뢰도 선명도가 최하위가 되고 말았는가.

우리는 어떤가, 성결하고 그래서 몸도 마음도 깨끗해야 한다. 거룩함이란 온전한 사랑이요 성숙함을 갖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벌써 두 번째의 총장쟁탈전으로 법정고발 사태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입으로는 거룩함과 화해를 말하고 사랑을 설교하면서도 미움과 시기와 질투의 올무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회개하자. 그리고 용서하자. 사랑하자. 성결의 상징은 사랑이다. 우리는 결코 원수가 아니다. 더욱 사랑하자. 송사를 거두자. 그리고 통회하며 자복하자. 피차 망하는 일 왜 하는가. 그리스도의 거룩함과 화목을 쫓자. 하나님 앞에서 거룩한 삶으로 그 앞에 서도록 그리스도의 거룩한 새 옷으로 갈아입자.

고려 말 충절의 정몽주 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청파에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고 당부했다.

중국의 장자는 “두루미는 날마다 미역 감지 않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날마다 칠하지 않아도 새까맣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