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근 목사(후영양무리교회)

이곳 괴산의 눈 덮인 산하의 아름다움은, 누구나 동경하는 알프스 산자락같이 평온한 모습을 풍기고 있다. 그러나 산 아래 도로는 구제역 방역 작업으로 밤을 새워 고생하는 농축산인들과 공무원들의 지친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어제는 이웃 마을에서 구제역으로 소를 폐사시키게 된 61세의 농촌에서의 중년이 귀중한 생명을 끊었단다.

그뿐이랴.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아무것도 모르고 구덩이에 매몰처분 되는 가축들의 눈망울과 울음소리를 듣던 공무원들은 고뇌어린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정신감정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축산농가가 아니라고 편할 수 있겠는가. 교통통제의 불편함 추운겨울에 구제역 살충제 분사로 인한 운전자의 고통 등은 차치하고라도 불철주야 자식처럼 돌보던 가축들이 구제역이란 몹쓸 병 때문에 매몰처분 되는 현장에서 축산인들의 심정을 누가 알 수 있으며 허탈감에 망부석처럼 축사를 들여다보는 그의 생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런 국가적인 재앙의 현실에서 원인을 추정 분석한 정부발표에 의하면 축산농민이 구제역 다발지역을 여행하고 법규에 따르지 않고 소독도 없이 농가에 귀가한 것이 문제라는 견해와 축산농가에 사료를 공급하는 사료 이송차량에 의한 구제역 확산이 되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확신요인으로 굳어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축산농가에서 축산인들이 가장 잘 알 수 있는 범주에 속하는 가장 기본적인 소독작업을 무사안일하게 생각했거나 특권의식에서 탈법적인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존재의 의미와 정체성을 망각했거나 상실한 무책임한 자가 받아야 할 대가가 아닌가 하는 의문의 분노가 머리를 스쳐지나가곤 한다.

그러다가도 며칠 전 충북의 어느 지성인이라고 자처하는 교수가 지방일간 신문칼럼에 안티 크리스천이 된 이유를 나열한 것을 보면서 목사인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목사안수를 받으면서 눈물도 흘리고 금식도 하며 "괴로우나 즐거우나 주만 따라가겠다"고 외치면서 "존귀 영광 모든 권세는 주님 홀로 받으시고 멸시천대 십자가는 제가 지고 가겠다"고 서원했던 그 낮은 자세는 어디가고 세상에 속한 사람과 균형을 맞춰가는 모습을 보면서 구제역 확산 방지 작업에 실패한 정부나 지방을 원망하며 불평하는 나의 철면피한 모습을 다시 한 번 조명해 본다.

이제 나도 정체성과 존재의미를 회복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영적인 바이러스는 구제역보다 더 무섭지 않은가. 매몰처분 되는 불행한 가축들을 바라보며 오열하는 축산농장주의 모습을 회상하며 안티 크리스천 교수의 영혼이 불쌍해서 우리가 생각지 못하고 무사안일하게 특권의식을 가지고 권위주의에 빠져 있을 때 안티 크리스차니즘의 사탄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지옥에 매몰처분 되어가는 불쌍한 영혼들을 생각하며 숙연한 자세로 눈 덮인 산천 속에서도 푸르른 자태를 보여주는 푸르른 소나무 한그루를 바라보며 한 영혼을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고난당하신 예수님 앞에 목사의 존재의미와 목사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서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