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춘 목사(늘푸른교회)

후배 목사로부터 자기의 가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는 후배 목사가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큰 소리의 주인공은 친구들과 놀고 있는 자신의 큰 딸이었다. 그리고 친구들의 떠드는 소리 또한 점점 커졌다. 점점 열기를 더하더니 논쟁으로 번지고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지르기까지 하였다. 견디다 못한 후배 목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창문을 열고 “그만해라. 애야. 무슨 일이니?”하고 물었다. 그러자 딸은 “아빠 우리는 그저 교회 놀이를 하고 있을 뿐이에요”.

교회로 배달되는 모 기독교 신문에 얼마 전에 있었던 압구정동의 모 교회 담임 목사와 부 목사 간의 폭력 사태에 대해 「OO교회 사태, 한국교회가 절망하고 세계인이 울고 있다」는 제목으로 쓰여진 기사에 이 교회의 사태를 보며 ‘하나님 얼마나 힘드세요. 이런 모습에 얼마나 서글프십니까?’라고 기도를 드린 그 교회 장로의 고백을 전하면서 이는 한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문제이며,‘교회가 권력화 되고 인간 중심으로 흐르면서 정의와 상식을 잃어버렸다’고 가슴앓이의 절규를 한 글을 읽었다.

참으로 참담하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가? 2,000만 민족 속에 20만 밖에 안 되던 기독교인들이 민족의 혼을 깨우며 독립운동을 하고 나라를 세우는 일에 앞장설 때 일천구백팔십만(19,800,000)의 국민은 경외의 눈으로 감사의 마음으로 격려의 박수를 치며 신뢰하고 믿어주었던 한국의 기독교가 어디에 갔는가?

2000년대 초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The Roadless Travelling"(by 스캇펙)이라는 책을 보면,「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삶을 점점 어렵게 만들고 점점 더 뒤틀리게 만드는 원인이 무엇인가? 그것은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 모두 안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라고 고난 회피를 문제의 근원으로 삼았다. 또한 심리학 계통에서 프로이드 다음으로 거인이라고 말하는 칼 융은 이미 “신경증 질환은, 그것이 정신 분열이든 정신 쇠약이든 어떤 것이든지 정당한 고통을 회피한 대가이다”라고 했다.

삶을 살면서 당하는 여러 문제를 직시하는 데는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그 고통을 가급적이면 외면하려고 하니까 문제를 바로 보지 못하는 것이며, 여기에 모든 삶이 뒤틀려 버리고 기형적인 현상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문제를 보았다고 한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기에 시대를 초월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우리를 향해 계속해서 고난으로의 초대를 하고 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내 아들아, 그러므로 네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은혜 속에서 강하고 … 네가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군사로 나와 함께 고난을 받을지니”

담금질된 쇠가 좋은 쇠이듯 고난은 인생을 성숙하게 만들고 위대하게 만들어 준다. 함석헌 선생님의 말대로 고난은 죄(罪)를 씻어주고 인생을 깊게 하여, 이마 위에 깊은 주름이 갈 때 깊은 지혜가 생겨나고 살을 뚫는 상처가 깊을 때 영원에서 솟아오는 향기가 높으므로 인생에서 고난처럼 아름답게 하는 것도 없다.

이스라엘에게 광야(曠野)는 고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 광야가 있었기에 그들은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은 광야를 지긋지긋하게 싫어했지만, 실은 이러한 고난의 터널을 지나야 축복이 오기에 광야는 하나님의 은총이라 할 수 있다.

3월, 행진의 달(March)이다. 사순절이 시작된다. 다시금 우리가 받은 ‘고난으로의 초대’를 기뻐하고 기꺼이 고난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의 멋진 군사로의 힘찬 행진을 두 손 모은다. 여기에 우리 아이들의 변화된 아빠, 엄마 놀이가 있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