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호 목사(늘사랑교회)

얼마 전, 금년 총회 선거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상대방이 '우리 교단이 이렇게 분열되면 망한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러면 뭉치기만하면 되는 건가? 촌철살인의 기가 막힌 명제가 아닌가? 말을 좀 하자면, 보수는 너무 뭉쳐서 망하고, 진보는 너무 쪼개져서 망한다. 이는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예수님 죽이려고 당시 보수파의 샘플인 사두개인 바리새인, 헤롯 일당이 친해졌다는 건 유명한 기록이다. 좌파에서도 보면 ‘체 게바라’의 경우도 쿠바에서 ‘카스트로’와 노선 대립이 있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어쨌든 보수는 뭉치다 망하고 진보는 찢어지다 망한다.

보수는 뭉치기가 참 쉽다. 그들의 이익은 일치한다. '지금 가진 거 절대 안 내놓는다' 이게 그들의 모토요 플래카드다. 다시 말해 '그냥 이 자리에 서 있자'는 것이다. 분열될 꺼리가 없는 것이다. 그냥 서 있으면 된다. 하나도 어려울 게 없다. 그런데 사람이나 물이나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으면 부패한다. 개인적으로 교회가 부패하는 이유가 우두머리 목사가 한 자리에 가만히 있어서 '이 교회는 내꺼'라는 인식이 심어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번 우리 교단 목사님들만이라도 서로 교회를 이동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어쨌거나 사람이나 물이나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부패한다. 먹고 가만히 있으면 살이 찌고 건강이 나빠지는 건 당연하다. 보수도 현상유지만을 목표로 하고 변화를 거부하게 되면 썩어 들어간다.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으려고 하다가 성인병으로 돌아가시기 일쑤다. 시대의 흐름을 못 읽어서 이상한 소리 하다가 치매로 판정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진보나 좌파는 중심을 잃어버리기가 일쑤다. 자전거 바퀴나 차 바퀴가 멀쩡하게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축이 있어야 한다. 축이 빠지면 사고가 난다. 그런데 진보나 좌파는 처음에는 잘 시작한다. "민중을 위하여" 이런 멋진 모토를 걸고, 그 뜻을 실천하기 위해 잘 한다. 그런데 차츰 이상한 곳으로 가기 시작한다. 저마다 자신들이 민중을 위해 일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만이 진리라고 하는 메시아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정작 '민중' 스스로에게는 뭐가 좋은지 물어보는 법이 없다. 자신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민중을 위한다는 차축이 빠져버리기 시작하니까 이제 바퀴살들은 제각각 알아서 뻗쳐나가기 시작하고, 마치 지지대 없는 굴렁쇠처럼 아무 곳으로나 굴러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퀴가 작으면 그냥 어디 부딪쳐서 제풀에 쓰러지기라도 할 텐데, 이놈에 바퀴가 비행기 바퀴보다 더 커진 경우에는 그 막가는 바퀴 굴림에 사람 여럿 깔려 죽는다.

써놓고 보니 참 암담하다. 우리나라엔 제대로 된 보수도, 제대로 된 진보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겠는가? 2000년전 팔레스타인 땅에 살던 독신의 목수 총각은 좌우합작으로 십자가에 못박아버렸는데.. 한심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살아야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라고 그러던데, 뭉친 보수건 갈라진 좌파건 아무튼 누가 살아남아도 살아남을 거고, 그들과 상관없이 민중, 암하레츠들은 계속 그들의 메시아 콤플렉스와, 복지부동을 넘어 낙지부동하는 자세에 깔려 고통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보다 민중, 암하레츠들이 더 오래 살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그들보다 암하레츠들을 더 사랑하셔서 더 많이 만드셨으니까. 난 그렇게 믿는다.

아, 이쯤 되면 물어보실 말이 있을 것 같다. 우리교단은 뭉쳐서 문제냐, 쪼개져서 문제냐…. 글쎄? 이 시점에서 보면 뭉친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쪼개진 것 같지도 않고… 된 죽이냐 무른 밥이냐 라고 물어보는 것 같다. 알아서들 판단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