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빈 목사(온누리교회)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그 지으신 세상을 바라보시며 흐뭇해 하셨다. 지으신 세상의 아름다움에 만족하신 것이다. 그래서 창세기 1장에는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말씀이 7차례나 반복된다(4, 11, 13, 18, 20, 25, 31절). 우리는 실로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을 돌아보며 그 아름다움에 놀라움과 찬탄을 금치 못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 아름다운 세상을 가꾸고 지킬 책임을 맡기셨다.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답고 선하게 가꾸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고, 약속된 축복을 받아 누리게 하기 위해서이다. 

각 지방회에서 파송한 대의원들 600여명과 해외 선교사들, 군목단들, 그리고 대회원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강당을 꽉 메운 채 대회는 90회 총회가 시작되었다. 순서에 의해 예배와 성찬식, 그리고 헌장 벽두안 처리, 임원 선거 등등으로 진행 되었다. 헌장 벽두안 처리를 놓고 지리한 공방이 계속되다가 아무것도 처리한 것도 없는데 밤 12시를 훌쩍 넘기더니, 후보로 나선 임원들의 교단 발전을 위한 정견을 듣고, 새벽 3시 다 되도록 임원 선거를 위해 투표를 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였다.

전국 각처에서 많은 경비와 시간을 내서 몰려온 대의원들이 썰물처럼 몰려와 아우성쳐가며 한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스타급 몇몇 대의원들의 그럴듯한 법리논쟁이나 궤변을 듣다가, 고함치는 소리, 야유와 조소 섞인 “옳소~!” 와 박수 소리, 그리고 임원선출 이다. 나는 총회에 참석할 때마다 허전함을 느낀다. 밀물처럼 몰려와 뜨거운 열기 속에 임원 선거를 치룬 후 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려 정작 교단의 주요 현안들을 다루는 시간이면 성원이 안 되어 안건처리 조차 할 수 없는 텅빈 자리들 때문이다. 대의원의 할 일이 임원선거만인가?

그래서 후보는 나를 뽑아 달라고 문자를 날리고, 전화를 하고, 극성을 피면서 표 계산을 하는가? 그래서 교단을 위해서 충성을 다짐하면서 한표를 호소하다가 임원 선거에서 탈락하고 나면 표를 몰아줄 줄 알았던 대의원들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며 회의장에서 빠져나가 회기 내내 얼굴조차 볼 수 없단 말인가?

나는 총회를 할 때마다 허전함을 느낀다. 총회가 정치기구로서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집행할 임원을 선출하고, 교단 운영을 위한 여러 가지 안건을 처리하는 일이 중요한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먼저 교단의 미래를 향한 꿈을 꾸고 비전을 선포하며, 열악한 선교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한 이들에 대한 격려와 위로가 넘치는 축제의 장이 될 수는 없을까를 생각하면서 갖는 마음이다.

세상을 만드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 말씀하시던 하나님께서 우리 총회의 모습을 보시면서 무어라 말씀하실까? 들러리나 서다가 허전한 발걸음으로 돌아가야 하는 대부분의 대의원들처럼 ‘혹시나 했더니 역시로구나’ 하시며 아쉬워하시지는 않을까? ‘법이요~!’ 소리 보다는 교단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모든 대의원들이 같은 꿈을 가슴에 품고 비전을 향하여 힘을 모아가는 축제의 한 마당, 열악한 사역지의 여러 가지 형편으로 힘을 잃었던 대의원들이 사명을 다지고 영력을 새롭게 할 재충전의 장으로 총회를 열어 갈 수는 없을까?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이다. 그리고 그 숙제를 풀어가기 위하여 우리는 새로이 임원을 선출 했다. 새로 선출된 임원들에게 기대해 본다. 그리고 격려를 보내 드린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총회, 대의원들이 커다란 희망을 품고 교단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만들 총회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