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용 목사(포근한교회 )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는 것은 죽다는 말 kick the bucket 으로부터 유래되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목록을 적는 것을 말한다. kick the bucket은 중세시대에 죄인을 교사 할 때 목을 매달아 양동이에 올려놓고 선고가 떨어지면 양동이를 발로 걷어차 죽게 했던 사형의 방법에서 유래된 말이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것들에 대하여는 영화로도 개봉된 적이 있고, 책으로도 출판되어 있다. 그럼에도 더욱 우리들에게 가까이 다가 온 것은 최근 종영된 인기 드라마 [여인의 향기]이다. 이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암에 걸려 투병 중인 분들은 주인공인 배우 김선아가 죽지 않게 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남은 기간 자신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실천하는 내용으로 6개월이라는 주어진 시간보다 현재 조금 더 살고 있는 것으로 종영시켰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어떤 면에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면면을 그대로 보이고 있음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하다. 엄마 하루에 한 번씩 웃게 하기, 나를 괴롭힌 사람에게 복수하기, 인기 연예인과 데이트 해 보기, 최고의 훈남과 정열적으로 사랑해 보기 등등의 내용을 하나씩 이루어 나간다.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재미와 감동을 준 것은 사실이다. 

드라마에서는 더욱 옥죄이는 시한부를 선고하고 있지만 사실 이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을 산다. 좀 더 길고 짧고의 차이일 뿐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하고 싶은 일들만 구상해 보는 것 보다는 하나씩 실천해 가는 삶을 살 때 우리의 삶은 좀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의 드라마는 나의 드라마일 것이다. 

목사로서의 정해진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해 볼까? 정말 무엇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일까?  오래 전 어느 노 목사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자신은 항상 마지막 설교라고 생각하고 준비하여 선포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후 종종 몇몇 사람들에게 같은 말은 들었다. 몇 번 본인도 시도해 보았다. 마지막 설교를 한다면 어떤 내용을 사랑하는 교인들에게 할까? 그리곤 준비 해 본적이 있다. 그 준비된 원고를 가지고 마지막 설교라는 심정으로 강단에 섰었다. 

한 인간으로서의 나도 인간인 이상 좋은 것 먹고 싶고, 좋은 옷 입고 싶고 맘대로 쇼핑도 해 보고 싶고, 멋진 차를 타고 싶고, 맘껏 여행도 해 보고 싶고....그러나 그런 마지막이기 보다는 목사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싶다. 목사로서의 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보면 어떨까?

불후의 명 설교를 해보기/큰 교회에서 목회하기, 또는 내 목회하는 현장이 큰 교회 이루기/ 꿈의 예배당 건축하기/대학 총장 해 보기/교단의 총회장 해 보기/한국 교회 대표해 보기/ 세계 교회의 최고 지도자 되기/목사라면 비단 나 뿐 아니라 누구나 가지는 소망이 아닐까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아쉬운 것 그러면서 웃음을 자아 낸 것은 복수에 대한 것이다. 꼭 복수를 해야만 했을까? 좀 더 넓은 아량을 베풀 수는 없었을까? 이제 곧 죽을 것인데 그 복수가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내가 좀 더 참지. 그래 당신 하고픈 대로 하고 살라고 할 수는 없었을까?  물론 내용에서의 복수는 직장 상사에게 골탕을 먹이는 에피소드일 뿐이다. 사람들 앞에서 엉덩이로 이름쓰기...교단이나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당사자들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는 것이라고. 그래서 보고 있는 우리가 웃음으로 넘겨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