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호 목사(한빛교회 )

미식축구는 미국 신대륙이 발견된 뒤에 개척자들이 유럽에서 가지고 들어온 축구와 럭비를 바탕으로 하여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축구경기로 영어로는 아메리칸 풋볼(American football)이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냥 풋볼이라고 합니다.

해마다 미식축구의 챔피언을 가리는 슈퍼볼(Super Bowl)이 열리는 날이면 미국사람들은 열광을 합니다.

대통령에서부터 해외에서 전투중인 미군병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하던 일을 다 멈추고 그 날만은 미식축구 이외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공화당과 민주당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함께 미식축구를 보면서 소통의 정치를 했다고 하니 서부개척정신=프론티어 정신을 스포츠화했다는 미식축구야말로 미국 국기임에 틀림없습니다.

한 팀이 11명으로 구성된 미식축구는 공격과 방어를 번갈아 가면서 진행하는데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Quarterback입니다.

몇 해 전에 열린 슈퍼볼에서 한국인의 피를 물려받은 하인스 워드가 소속된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종료 35초를 남기고 기적의 터치다운으로 우승을 차지하여 화제의 뉴스가 된 적이 있습니다. Quarterback은 공격의 야전사령관으로 공격수인 와이드리시버(하인즈 워드의 포지션임)에게 패스를 하거나 런닝백에게 전달하며 때로는 직접 뛰기도 하는 중원의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 스포츠의 백미인 미식축구가 열리게 되면 미국사람들 직장 사무실의 월요일 일과는  주말에 있었던 미식축구이야기로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자칭 전문가들이 등장해 해설을 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Monday Quarterback이라고 합니다. 이미 승부가 결정난 게임을 놓고 선수와 감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작전이 어떠니 플레이가 어떠니 해 대며  해설을 하면서 전문가 행세를 하는데 이미 끝난 결과를 보고 해설하는 것은 참 쉽습니다. 그리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책임이 없습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징인지도 모릅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와 기질이 너무나 많이 닮은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그럴 때 마다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우리와 비슷한 뼈아픈 역사와 찌든 가난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아일랜드’가 바로 대표적인 그런 나라중 하나로 아일랜드가 자랑하는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 유명한 시인 ‘월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 Yeats)’의 비석에는 ‘W.B. YEATS June 13th 1865-January 28th 1939'라는 짧은 글귀와 함께 낭만주의 시인다운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cast a cold eye on life, on death Horseman pass by' 굳이 우리말로 번역을 해보자면 ‘삶과 죽음에 대해 냉정한 시선을 보내라 말 탄자여 그냥 지나쳐라’

앞의 말은 이해가 가지만 뒷말은 도무지 알 수 없어 묘지 관리인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묘지 관리인은 ‘신경 쓰지 말고 소변이나 보고 그냥 가라’는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알 듯 모를 듯, 정말 아일랜드가 자랑하는 천재시인의 발상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 주변에도 Monday Quarterback들이 많이 있습니다. 막상 일이 터지고 나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칭 전문가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책임지지 않는 해설을 해댑니다. 그래서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그럴바엔 신경쓰지 말고 소변이나 보고 그냥 가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Monday Quarterback이 아니라 Sunday Quarterback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