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정 목사(시온교회/편집위원)

한국교회의 역사는 짧다. 하지만 그 걸어온 길은 참으로 놀랍다. 한국교회는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경이적인 성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밤마다 피어나는 십자가의 네온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아름다운 모습이다. 세계 10대교회에 들어간다고 자처하는 교회들이 한국에는 네다섯 개가 될 정도로 성장하였다. 오랜 세월동안 우상숭배에 찌들어온 이 나라가 이렇게 부흥한 것은 경이적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더구나 한국교회는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샤머니즘과 토템 같은 미신적인 사고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계몽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한국의 근대사회를 일으키는 성장 동력이 된 학교와 병원을 지어 희망을 노래하게 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교회의 성장은 멈추었고, “교회가 사회를 걱정해야 하는데 사회가 교회를 걱정한다” 는 소리가 들려온다. 왜? 한국교회가 이렇게 되었을까? 이는 한국교회의 에토스(ethos)에서 그 원인과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에토스란 집단적 정서를 뜻하는 희랍의 말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이든 그 사회만이 가지는 관습적 정서를 가지는데 바로 이것이 에토스이다. 교회의 에토스는 그 시대 교회가 공통적으로 지닌 고유한 가치, 공감대, 정서, 사조, 기풍 등을 말한다. 즉 에토스는 공동체의 문화이며 정신이고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초창기 교회 에토스는 심 훈의 「상록수」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를 계몽하고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한 동역이 한국교회가 경이적 성장을 가능하게 했으리라 사료된다.

그런데 1980년 후반부터 맥가브란의 교회성장 이론이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 한국교회의 에토스가 양적성장으로 변하였고, 이러한 에토스의 변화로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가던 한국교회가 성장이 1990년부터 멈추게 되었다.

이러한 양적성장은 대중운동(people movement)에 편승해 군중심리, 집단주의 전도 집회 등과 같은 양적인 면에 가치를 두게 되어 성장 못한 교회와 목회자들을 평가절하 하게 되었다. 따라서 21세기부터 한국교회의 에토스인 양적성장 지상주의에 부응하지 못한 교회와 목회자는 정체성을 잃고 우울증(depr ession)에 빠지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성장한 교회들도 양적 성장에만 주안점을 두다보니 질적성장에 취약한 약점을 지니게 되었다. 질적성장이 부족한 교회는 그리스도의 영성과 멀어져 사회에 신뢰를 잃어 전도의 문이 막히게 되었다. 실제로 기윤실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자가 17.6%이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자는 48.4%로 한국사회에서 교회가 신뢰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장지상주의의 에토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성장세를 꺾는 장본인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한국교회 에토스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에토스를 바꾸기 위해서는 올바른 교회의 파토스(pathos)를 활용해야 한다. 파토스(pathos)는 인간의 모든 감정(열정)을 뜻한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백성들을 바라보시며 감정(파토스)이 동하여 눈물을 흘리셨다(마 23:37).

사도바울은 죄악으로 죽어가는 영혼을 구원하기 위하여 눈물로 호소했다(행 20:31). 예수님과 바울처럼 힘없고 나약한 한사람의 영혼, 소외된 소수의 무리를 구원하기 위해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복음의 순수한 파토스(열정)를 가져야 한다. 이런 파토스를 가지고 왜곡된 한국교회 에토스를 초대교회 십자가 사랑의 에토스로 바꾸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