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록 목사(새문교회 )

목회자란 영적 디자이너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상식과 생각의 지평이 넓고 깊어야 한다. 그중에 하나가 목회자에게는 신학이 복음적으로 잘 정립이 되어 있어야 하고 목회를 내려놓는 날까지 목사의 서재에서는 성경과 신학이 함께 연구 되어져야 한다고 여겨진다.

대구의 ‘ㄷ’ 교회 목회자는 “신학으로 설교합니다.” 하면서 그 이유를 목회자들이 신학을 최소 7년 이상하지만 4년 정도만 하여도 신앙이 그리 쉽게 흔들리지 않는데 신앙생활을 수 십 년 한 성도들이 은혜를 그렇게 많이 받고도 너무 쉽게 흔들리기도 하고, 그렇게 충성을 다하던 성도가 이단으로 단 한 번에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신앙을 지탱시켜주는 힘이 신학에 있음을 깨닫고 성도들 신앙 속에 신학적 사고를 심어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교회는 아주 건강하고 모범적으로 능력 있게 성장하고 있다.

복음적 신앙과 신학이 담겨 있는 설교와 교육으로 열심 있는 성도를 양육하는 것은 참으로 귀한 사역이다. 신앙이 살이라면 신학(혹은 교리)은 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목회자들은 신학적 정립이 잘 되어 있어야 하고 신학적 연구가 병행되어야 바르고 건강한 목회자로 남을 수 있고, 뿐만 아니라 교회를 은혜롭고 바르게 목양 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래야만 늘 겸손함을 유지하게 되고 잘못된 은사나 이단의 교리에 빠지지 않는다.

일부에 해당되겠지만 목회자의 신학적 삶이 신학교를 마친 후 멈추게 되었을 때 목회를 하다가 목회가 위기를 맞이하거나 답보적일 때에 그 문제를 바로 진단하지 못하게 된다. 예수님의 목회 원리와 바울의 목회 방법 등이 성경과 신학서적 속에 신학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건만 성경을 살피고 기도하거나 자신을 돌아보기 보다는 자신의 목회 현장과 환경에 맞지도 않는 세미나를 찾아다니며 스스로 진리의 샘을 파기 보다는 젓 동냥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이를 잘 다듬어 목회에 적용하는 예도 혹 있으나 대체로 그 프로그램을 그대로 적용하다보니 어린 아이에게 장군의 갑옷을 입히는 경우가 되고 만다.

일전에 목회를 헤매다가 뒤늦게 신학을 다시 시작하여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한 학기 할 즈음에 교회가 세워진 지역이 재개발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성도들은 줄줄이 이사를 가고 교회를 새롭게 건축을 하고 있었다. 할 수 없어 신학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지도 교수가 건축현장에 학생인 나를 심방하러 오셨기에 참으로 불편했다. 식사를 대접하는데 분위기는 신학을 중단하지 말고 완성하라는 것이었다. 늦은 밤 교수께 신학을 중단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열거해서 메일을 보냈다. 그 다음 날 회신이 왔다. “재개발로 인한 성도들의 이탈, 그리고 건축으로 인한 재정적인 압박과 고통을 ‘신학 하는 자유 함’으로 승화시켜 보시면 어떨까요?”

나는 건축 현장에서 단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데 무슨 더위 먹다 죽을 '신학 하는 자유 함'인가? 수 없이 되새기다 결국 그 언어에 빨려들어 건축을 하면서 다시 시작한 7년여 신학을 마치고 논문을 완성하였는데 실제로 모든 건축과 재정적으로 복잡하고 힘든 일정 속에서 참으로 자유 함을 누리던 기간이었다.

연구와 비평과 발표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진리의 샘물을 마시게 되었고 논쟁이 목적이 아닌 하나님 나라를 향한 헌신과 그의 나라를 위한 전초기지인 교회를 섬겨 봉사하는 섬김의 신학으로 빠져들면서 신학을 하면서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니라 영적 희열을 느끼게 되었다. 성경을 늘 연구하여야 하지만 신학적 점검을 통하여 자신을 재정립하여 나아간다면 목회의 세속적 성공으로 인한 갈등을 이겨 나가면서도 나 자신을 잘 지켜 나갈 것이다. 또한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은 하나님 나라 거룩한 백성 공동체로 바르게 세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