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훈 목사(미당교회 )

욥은 고난의 질곡가운데서 참 자신과 하나님을 발견했다. 평안과 안녕의 삶에서 얻을 수 없는 인간 심연의 바닥에서 최고의 삶과 최고의 깨달음을 획득한 것이다. 말로 풀어낼 수 없는 고난, 생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고난, 그는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고난의 신비에 근접해 갔다.

그는 의인이었다. 자기의 부를 탐욕의 욕망을 도구삼아 채우지 않았고, 낮은 자의 아픔을 담보로 창고에 곡식을 쌓지 않았다. 고아와 과부들의 울음소리를 들었고 그들의 울음을 더는 일도 지속했다. 공평한 저울을 사용했고 정당한 임금을 주었으며 자신의 양심을 짓누르는 범법을 행하지 않았다. 이런 삶의 성실은 신적인 관계에서도 확인된다. 자신의 잘못과 자녀들의 부지불식간의 오염된 행위를 속죄하기 위해 때를 가리지 않고 하나님 앞에 섰다.

그러나 별안간 찾아온 고난. 우유와 양식을 제공하고 따뜻한 옷과 노동력을 제공하던 짐승들이 하루아침에 몰살했다. 이를 관리하고 주인의 삶을 이롭게 하던 종들까지 생명을 잃었다. 마침내는 애끓는 혈연의 정을 10번이나 끊어내야 했다. 평생을 약속했던 아내까지 등을 돌리고, 재기를 꿈꿀 수도 없을 만큼 건강은 녹아내렸다.

찾아온 친구들은 인과응보 사상으로 목을 죄어오고, 가뜩이나 무너져버린 욥의 일상과 인생은 자기의 태어난 날의 무효화를 주장하기에 이른다. 자백하라는 친구들의 수사관적인 언행과 좇음 앞에 거짓자백을 해보아도 마음은 동의되지 않아 풀리지 않는 현실 앞에 더욱 더 주저앉게 된다. 중보자 구속자를 염원하다가도 이내, 막힌 벽 앞에 선 단독자가 되어 삶을 비관한다. 풀리지 않는 인생의 미스터리. 고난의 시원은 어디이고 언제까지 인지, 왜 나여야 하는지 묻고 또 묻지만 세상에선 답을 찾지 못했다. 마침내 하나님이 고투하는 인생 속에 강림하신다. 욥기서 38장에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 전능성 전지성과 거리가 먼 인생일지라도 희미하게라도 들려오고 느껴지는 그의 현현이 감사할 뿐이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 이제 욥을 창조의 현장으로 이끌어 간다. 네가 보았느냐?, 그때 어디 있었느냐? 세상의 현상과 물리적인 움직임, 식, 동물의 피고 짐, 앉고 섬을 되묻는다. 눈에 보이는 것, 일상의 삶도 설명할 수 없는 우리 인간. 저 베일에 싸인 하나님의 섭리에 까지 이르기에는 약한, 제한된 피조물일 뿐이다. 욥은 우리들과는 달리 고난의 시작을 몰랐다. 단지 고난을 끝내시는 하나님을 알았을 뿐. 우린 이 아픔, 이해될 수 없는 삶의 역경, 그 시작을 알지 못한다. 다만 하나님께서 주관하시고 하나님의 시간에 끝내신다는 것 외에는.

“귀로 들었사온대, 이제 눈으로 봅니다” 욥은 하나님의 현현을 가슴 절절히 고백한다. 이제 고통과 고난의 밤바다를 지나 소원의 항구에 도착했다. 가시밭길을 지나 평온한 언덕에 이르렀고, 아픔을 지나 치유로, 문제를 떠나 해결점에 다다랐다. 고난은 신비다. 인과응보사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인간의 단견과 경험과 전래되어온 관습과 지혜로 풀어낼 수 없는, 한 사람의 신앙으로 해명될 수 없는 하나님만의 영역이다. 욥은 2배의 보상을 얻었다. 10번의 혈육을 끊어낸 그 아픈 상처위에 새로운 10개의 희망의 싹도 움텄다. 그러나 그 아픈 상처, 장마에 깊게 패인 골만큼이나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로서 헤져버린 가슴을 안고 살아야 한다. 갈가리 찢어진 마음, 2배의 보상이 아니라 눈으로 본 하나님이 계셨기에, 그 위로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

고통 앞에 선 욥은 우리와 같은 성정을 가진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하나님을 원망하던 시간이 우리보다 늦게 찾아왔고, 다시 자신의 페이스를 회복하는 것이 빨랐을 뿐. 고난은 우리를 하나님께로 가깝게 이끌어 간다. 그리고 고난의 시간에는 하나님께서 우리 주변에 머물러 계신다. 진정 신앙의 깊이는 아픔의 터널을 지나야 헤아릴 수 있다. 변장된 축복이라 불리는 고난의 중심에 선 자여, 온 몸으로 하나님의 현현, 은총의 바람을 맞이하기 까지 조금만 더 인내하며 하나님을 바라라. 부활의 소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