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헌 목사 (서대문교회·본지 편집위원)

서울의 상징은 해치입니다. 최근 시에서는 이 해치를 광화문 광장에 세우면서, 해치가 복과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서울의 수호동물로서 서울 시민의 수호자라 합니다. 이건 무속 신앙의 발상이며 무속신앙을 상징화 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먼저 해치란 동물은 어떤 동물인지 살펴보겠습니다. 해치는 중국 요순임금 시대에 태어났다는 상상의 동물입니다. 상상의 동물이어서 이름도 해천, 신양, 식죄(죄가 있고 없음을 잘 식별함), 해타, 개호 등으로 불리었습니다. 해태라고 불린 까닭은 해타가 변해서 되었다는 설과 해치(채)가 중국 발음으로 ‘태’라고 들리기 때문이라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중국 옛 문헌에 의하면, 해치는 정수리에 뿔을 하나 가지고 있으며, 죄 지은 사람을 찾아내는 신통한 재주가 있다고 합니다. 순 임금 때 고요(皐陶)라는 형벌을 담당했던 현명한 신하가 있었는데 그는 형벌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어지러운 기강을 바로잡았는데, 어떤 사람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가려야 할 때 그는 기르고 있던 신양, 즉 해치로 하여금 그 사람 앞에 세웠다고 합니다. 그러면 해치는 죄가 있는 사람은 뿔로 받고 죄가 없는 사람은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외모는 푸른 털이 나있고 몸은 거대한 곰처럼 생겼고, 여름에는 늪가에 살고 겨울에는 소나무 숲에 살았다고 합니다.

중국 한나라 때의 양부(楊孚)의 이물지(異物志) 라는 문헌에서는 "동북지방의 거친 곳에 사는 짐승으로 이름을 해치라고 한다. 뿔이 하나에 성품이 충직하여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올바르지 못한 사람을 뿔로 받고 사람이 논란을 벌이는 것을 보면 바르지 못한 사람을 물어뜯는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문헌의 기록을 보면 해치는 뿔이 하나인 양의 모습을 모티브로 하는 동물이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능력을 가진 동물로서 신령스러운 재주가 있는 ‘정의의 동물’ 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치를 광화문 앞에 세운 이유가 바로 이러한 상징성 때문 일 것입니다.

그러나 해치가 서울의 상징으로 이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닌 중국 고대에서 전해져 온 동물이라는 점입니다. 이 해치상은 겉모양은 차이가 있지만 중국에도 있고 일본에도(고마이누,高麗 犬) 있습니다. 이에 서울의 고유한 상징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해치가 상징하는 것과 서울의 이미지를 연결 지어 생각하기도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해치가 선악을 구별하는 동물이라는 의미가 서울의 어떤 면에서도 연결 지어 상징화 될 수도 없지만 화를 면해주고 복을 가져다준다니, 서울 시민의 수호자 역할 해 왔다는 것도 억지일 뿐 이것은 문화적 상징물이라 하면서 신앙의 대상으로 미신적 행위를 재현하며 조장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엄연한 우상을 경계심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일련의 행위를 신앙적 도전으로 보아야 하며 왜곡되어지는 이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