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목사 [용항리교회]

고향이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을 말합니다. 이 단어는 누구에게나 많은 추억을 떠오르게 하며 향수에 젖어들게 합니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반대표로 동요대회에 나갔었는데 그 때 부른 노래가 ‘저 산 넘어 새파란 하늘 아래는 그리운 내 고향이 있으련마는......’이었습니다.
 
또 목회자들과 여행하다 보면 차 안에서 꼭 돌림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있는데 그 때 나는 찬송가나 복음성가 대신 고향에 대한 동요를 다음과 같이 부르곤 했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충남 홍성군 갈산면 부기리 61번지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고개를 넘어 왕 솔밭 그 아래가 내 집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고향친척 아비집을 떠났지만 나는 고향을 떠나 처음 대전에서 객지생활을 하면서 예수님을 믿게 되었는데 교회 출석한지 세 달이 되었을 무렵 저를 전도하신 분이 계룡산 산상부흥회에 참석할 것을 강권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부흥회에 참석했다가 거기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 때 깨달은 것은 내가 집에 가면 나의 육신의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반갑게 맞이해 주시듯 하나님 아버지가 살아계심을 확실히 믿게 되었고 세상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그 때부터 우상만 섬기던 우리 가정에 나로 인해 부모와 형제들이 모두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뿐만 아니라 크게 감사한 것은 육형제 중 사남매가 목회자가 되었습니다.

내가 목회생활을 고향에서부터 시작한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신학교를 다니던 중 은사이신 김응조 목사님께서 “제군들은 고향에다 꼭 교회를 세우십시오!” 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마치 나에게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신학교 다니면서 고향에 개척하기로 결심을 하였는데 하나님께서는 놀랍게도 처음 개척지를 아내의 동네에서 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그 후 두 번째 개척지가 바로 내가 살던 고향이었습니다. 지금 그곳은 나의 둘째 매제가 목사 안수를 받고 통나무로 아름답게 재건축하여 목회를 잘하며 성도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우리 형제들은 이제 나이가 들어 은퇴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은퇴한 이후에 모두 고향에 모여 살며 힘을 합해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봉사와 섬김과 선교하는 삶을 살기로 약속했으며 그래서 지금 고향에 믿음의 동산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요즘은 아내와 함께 살 집을 설계도 해보고 하고 정원을 어떻게 아름답게 가꿀 것인지에 대해 구상도 해보면서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 삼십년 동안 목회지를 따라 나그네 삶을 살았지만 이제는 돌아갈 고향이 있어서 좋습니다. 그러나 돌아갈 고향이 있어 흐뭇하지만 그곳은 잠시 머물 곳일 뿐입니다. ‘현대 문명은 고향을 떠나는데서 시작된다’라고 화이트라는 학자가 말한 것처럼 오늘날의 대도시와 문명은 모두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이룬 것이지요.

어떤 분들에게는 여러 가지 연유로 육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더 큰 위로는 우리에게는 모두 영적인 본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모든 사역자들이 바라는 진정한 본향은 어디입니까? 히11:8-10절에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그 성을 바랐음이라’고 했듯이 본향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나그네 생활을 잘 견딜 수 있었을 것입니다. 부활주일을 맞아 우리 모든 사역자들도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본받아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묵묵히 따라가 부활하신 주님처럼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나그네 길이 조금 불편하고 힘들어도 주님의 뒤를 따라갑시다! 돌아갈 본향이 있는 나그네는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