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목사(구성교회)

십자가는 고대 중죄인을 처형하는 사형 틀이었다. 이 사형제도는 로마에도 도입이 되어서 시행이 된 끔찍한 형벌로서 역사이래로 가장 무서운 사형제도로 알려져 있다. 십자가 사형이 얼마나 충격적이면 형장에서 목격한 사람들이 며칠씩이나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편 십자가형을 받는 죄인은 말로 못하는 고통을 당하며 죽고 그는 부끄러운 사람으로 언제나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 십자가가 어느 날부터 영광이요 능력이요 지혜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자신의 죄가 아니고 타인의 죄를 해결해 주기 위하여 십자가를 지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대속하기위하여 십자가를 지신 일이다.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사53:6)한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 십자가의 은혜로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는 십자가는 하나님의 기가 막힌 은혜와 사랑이면서 새로운 삶의 좌표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십자가의 은혜로 구원받고 그 사랑을 체험하고 이 복음을 전하는 일을 위하여 일생을 산 사도바울은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얻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전 1:18) 그리고 그는 십자가에 대하여 이렇게 또 선언하고 있다.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오직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고전 1:22-24)

과연 십자가는 우리 인생의 근본 문제인 죄와 그 형벌을 해결하는 능력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하나님의 지혜요, 훗날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최상의 영광을 받게 하는 약속의 표징인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십자가는 삶에 버팀목이요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십자가의 메시지가 약해지기 시작하였다. 독일의 행동주의 신학자 본회퍼(Bonhoeffer, Dietrich;1906-1945)의 말 대로 교회 안에 ‘값싼 은혜’가 들어오면서 우리의 가슴에서, 삶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십자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성전 꼭대기, 성전의 전면, 성도의 가슴, 차량에 십자가는 여전히 장식되어 있으나 그 느낌이나 울림이 예전과 같지 않게 생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세상적인 가치가 교회 안에 깊숙이 들어와 십자가의 정신과 생명의 불꽃을 꺼뜨리고 있는 것이다.

십자가는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며 희생하는 것이며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인데 십자가에 반하는 길을 우리가 지금 가고 있지 않은가하는 두려움이 있다. 우리 가는 그 길 끝에서 십자가의 주님 만나서 십자가와 면류관 바꾸는 것이 우리의 소망인데 현실은 너무 거리가 멀다. 공허, 혼란, 무질서요 어두움이다.

이러한 교회문화와 풍토에서 자라는 다음 세대들이 어떻게 될까? 세상을 책임질 수 있는 신앙의 근성이 저들에게 쌓일 수 있을까? 앞이 보이질 않는다. 주님이 가신 길을 이제라도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영원히 사는 길, 영원히 승리하고 영원히 영광스러운 길을 함께 가야되지 않을까?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같은 문화를 만든 한사람으로 시대의 책임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분명히 이율배반이다.

그러나 누군가 말하지 않으면 혹시 돌들이 일어나서 외치지 않을까하는 두려운 마음이 있다. 우리의 삶은 소중하고 현실은 엄숙하게 미래로 연결 된다. 동터오는 하나님나라를 바라 보면서 그래도 그 꿈은 가꾸어야 할 중요한 가치가 아닌가?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할 일 그것은 잃어버린 십자가를 다시 찾는 것이다. 겟세마네의 주님의 기도의 모습을 다시 떠 올리면서 때 묻지 않은 순전한 기도의 손으로 십자가를 다시 붙잡는 결단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