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행 목사(상신성결교회)

올해는 역사적인 한 해가 되는 때이다. 일본이 국권을 찬탈하여 합방을 한지 백년이 되는 해이고 6.25 사변이 난 지가 육십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일합방의 원흉이며 초대 총독으로 내정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서거일도 백주년이 된다. 천안함 사고로 그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우리는 결코 그때 일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시에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목숨을 바쳐 민족의 혼을 살렸고 계절의 꽃처럼 생명의 정신을 전 세계에 피어오르게 하기 위하여 산화하기도 했다. 1세기가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재조명을 해 볼 때 억울하고 힘들고 감당키 어려운 순간들이었지만 후손에게 주는 교훈과 새로운 역사의식과 태동하고 있는 진리의 실험대가 되기도 했던 때이다. 고난과 역경의 통로였던 왜정 36년 사는 환난과 인내와 연단과 소망을 이루는 강도 높은 시험의 때이기도 하다(롬5:1-4).

지금으로부터 육십 육년 전 나라와 신앙을 지키기 위해 투철한 저항과 순교정신으로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믿음의 의지와 애국의 정신으로 일사각오의 정신으로 하나님께 관제와 같이 부음이 된 사도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주기철 목사님이다(딤후4:5-7).

왜정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가 속한 교단으로부터 목사 제명을 받고 교회에서 쫓겨나 어려운 삶을 살았다. 여러 회유에도 흔들리지 않고 옥중생활을 밥 먹듯이 해 가면서도 신사참배를 거절하고 끝까지 믿음의 절개를 지키다가 순교를 하신 분이다(마16:24). 이듬해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유엔군의 참전과 미국의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순교자의 기도와 피의 열매라고 믿는다(계6:9-11). 한국교회도 해방 이후 큰 전환기가 왔다. 초대교회의 순순한 복음 신앙과 더불어 외세의 자유주의 신학의 바람의 물결이 요동칠 때 한국교회를 든든히 세워줄 받침대는 주기철 목사님 같은 요지부동의 신앙의 사수자들이었다(마16:16). 복음의 진수인 십자가와 부활을 몸소 뒤따르려고 했던 바울처럼(빌3:10-12) 우리에게 거울로 보여준 위인이기도하다. 그가 순교한지 육십 육년이 지난 얼마 전 고신대에서 “주기철 목사의 신앙과 국가권력이란”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일본인 목사 노데라 히로무비(48, 도쿄 아카바 성서교회)씨이다.

그의 논문은 주기철 목사와 관련한 한국 측 기록은 물론 일본군 경찰 검찰의 기록을 찾고 주 목사의 어록 등을 검토해 순교신앙을 재조명했다. 가해자였던 일본인에 의해 주기철 목사의 연구라는 점에 흥미가 더한다. 일본에서 기독교 복음이 침체되며 발전이 안 되는 것은 주기철 목사 같은 순교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순교 육십 육년이 지나서 일본을 구원하는 한 알의 밀알이 되어가고 있다(요12:24).

오랜만에 103주년 연차대회 및 제89회 총회를 참석하며 예성의 비전 ‘말씀의 회복’이라는 제목을 생각하며 학교 부지와 건물, 운동장에 가득한 대의원들의 차량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1975년 처음으로 성결관이 시작되었을 때 입학했다.

그때에는 김응조 목사님이 5층 건물을 오르락 하시면서 강의를 하시고 끝나면 작업복을 입으시고 학교를 일일이 돌보시는 모습을 보았다. 자가용도 없으실 때다. 우리들은 그 목사님의 사도성을 바라보면서 지금끼리 굳건히 일하고 있다. 노사도의 눈물의 기도와 말씀 실천의 능력이 오늘에 이르렀으며 우리는 후예들에게 어떻게 싹과 열매를 남길 것인가 비를 맞으면서 생각을 하며 다시 한 번 다짐했다.